[특파원코너] 經協 합의해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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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일본기업들의 대(對)한국 투자를 촉진하고…'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고위회담 합의 발표문 중 '경제협력 활성화'는 빠지는 법이 없는 단골 메뉴다.
정치지도자들이 마주 앉았던 정상회담 테이블이건,양국 재계 원로들이 우의와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에서건 경협은 회담 성과를 장식하는 화려한 포장지다.
그리고 경협 활성화의 핵심에는 어김없이 대한국 투자확대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을 한물 간 나라로 깎아내리는 시각이 한국에 만연해 있다 해도 재팬 머니에 대한 갈증은 여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합의 발표문과 실행 프로그램은 1백80도 다르다.
"투자 이야기만 나오면 꼭 노동 문제를 들고 나오더라니까요.
딴지를 걸고 넘어지는 것 같지만 워낙 그들의 잠재의식에 박힌 불안이 만만치 않으니 항변하기도 뭣하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회에 간여한 기업인이 털어놓은 고백에는,일본에 비친 한국의 투자매력 점수가 잘 매겨져 있다.
정부 방침과 윗분들의 약속을 고려해서라도 성의를 보이고 싶지만,노동문제가 켕기니 돈을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기업인들의 지적이 생트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한국의 산업현장은 올해도 파업이 잇따랐다.
안그래도 노무현 정권 출범 후 노동문제가 다른 해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관측해 온 일본 언론은 지난 번의 물류대란 소식을 핫뉴스로 전했다.
북한 핵문제로 신용등급 전망이 깎이며 이미 감점요인을 안은 한국으로서는 일본 기업인들의 뇌리에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을 방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6월 초 도쿄에 온다.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또 '대한국 투자확대'가 들어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항만이 마비돼 산업현장이 몸살을 앓은 한국에 일본 자본은 쉽게 바다를 건너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들이 악수와 미소로 투자확대를 약속해도 기업인들은 금고를 더 단단히 걸어 잠글 것이다.
노사문제가 안정의 가닥을 찾지 못하는 한 외국자본의 유치 확대는 공염불이다.
시끄럽고 위험한 곳을 싫어하는 것은 돈의 기본 생리이기 때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