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사태에 대한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은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 노사분규, 철도 파업 위기에 이은 화물연대의 파업에서 정부는 늑장 대응과 아마추어적 협상능력, 부처간 핑퐁게임이라는 허약한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줬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 늑장대응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한달 이상 전부터 예고돼 있었던 사안이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적절한 대응시점을 놓치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가 대정부 12개 요구사항을 공식 제기한 것은 지난 3월31일. 이어 수차례 화물연대측의 집회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의례적인 '집단민원' 수준으로 판단,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파업에 돌입한 이후에도 정부는 '평화적인 사태' 해결만을 강조하며 문제해결의 시기를 여러차례 놓쳤다. 초기대응이 안되다 보니 결국 벼랑 끝에 몰려 노조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게 된 것이다. ◆ 아마추어적 협상능력 =부산항과 광양항이 봉쇄되자 정부는 뒤늦게 관련 업계의 목소리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집단민원에 대한 워닝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원론적인 접근에만 치중했다. 앞과 뒤가 뒤바뀐 대응이다. 사회적 갈등은 이해 당사자간 해결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지만 당사자간 갈등을 넘어 국가에 큰 피해로 이어진다면 단호한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와의 협상과정에서 일관성없는 자세로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평화적 해결'에서 '엄정 대처'로, '선 정상화, 후 협상'에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개시'로 입장이 흔들렸다. ◆ 부처간 핑퐁게임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에서는 고질적인 부처간 업무 떠넘기기가 여전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화물연대의 12개 요구사안의 소관 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다보니 어느 한 부처가 대표성을 갖고 협의에 임하지 못한 점도 사태 해결이나 화물연대 관계자에 대한 설득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커다란 이유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부처 소관사항이 아니다', '우리부처 소관사항은 양보 못한다'는 식의 접근이 되다 보니 부처간 원활한 조율이 이뤄지지 못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