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둔 14일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공식 선언,산타크루스 주지사 출신의 네스토르 키르치너 후보(53)가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그는 오는 25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메넴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고향인 라리오하주에서 생중계 TV방송을 통해 "1차 투표에서 승리한 것으로 만족하며 떠날 것"이라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키르치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40%포인트 이상 벌어지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좌파 성향의 키르치너는 경제운영에서 국가의 개입을 강조하는 신케인즈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선거기간 중 외국인투자와 개인부문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주요산업의 국영화 △교육·연금의 국가통제 강화 △주택 등 인프라건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세제개혁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젊으면서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축, 요란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식상한 도시 중산층을 붙잡은 것이 승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1년반의 국정운영을 통해 경제회복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 에두아르도 두알데 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는 1차투표에서의 열세를 뒤집는 결정적 힘이 됐다. 라플라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의 키르치너는 페론당 내 좌파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12년째 산타크루스 주지사로 일하면서 풍부한 석유수입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의료혜택 등 복지증진에 힘써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첫번째 과제는 아르헨티나의 경제회복이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를 대표하는 경제대국이지만 2001년 말 디폴트(채무불이행)사태 이후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1천3백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상환 연장협상을 해야 한다. 그는 선거기간 중 외채상환의 만기연장과 탕감을 주장하며 "채무이행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주목된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