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대를 졸업했으나 아직 '백수'인 서모양(24.서울 상계동)은 자기소개서 쓰기도 두렵다. 작년만해도 이력서를 보내면 면접까지는 갔지만 요즘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지원서를 넣어도 답신조차 안온다. 서양은 "지원할 때마다 조금씩 고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수십가지"라며 "전에는 '면접만 잘하자'고 위안 삼았지만 이젠 소개서 쓰기도 겁난다"고 한숨지었다. 청년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 기지개를 켜는듯 했던 경기가 올들어 SK 분식회계 사태, 북핵 파문, 사스(중증호흡기장애증후군) 등의 악재로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채용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고려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취소하거나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 정규채용보다 수시채용 규모를 늘리면서 취업기회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미취업 대졸자를 대상으로 임시직을 모집한 결과 8백명 모집에 3천2백58명이 몰려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 청년실업률은 9.5%(12만6천명)로 10명 가운데 1명꼴로 직업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대학생들은 2.3학년때부터 행정고시 사법고시 언론고시 공인회계사(CPA)시험 등에 시달리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고시생을 위해 설치된 과별 고시실이 10여개에 달한다. 졸업 후 2년째 '화백실'(행정학과 고시실) 신세를 지고 있는 이경실양(25)은 "동기 1백명중 기업에 취직한 인원은 3분의 1도 안된다"며 "절반 가량은 몇년째 고시공부중"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경기침체로 한동안 뜸했던 청년 창업도 다시 붐이다. 숭실대 3학년 성보영양(22)은 지난해 학생 창업동아리인 한국창업대학생연합회에 가입, 졸업 후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성양은 "과거처럼 IT업체나 벤처에 국한하지 않고 미용이나 요리쪽을 겨냥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분간 취업을 포기하고 2∼3개 겹치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른바 '프리터(Freeter, Free+Arbeit)족'도 느는 추세다. 낮에는 사무보조, 밤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10여가지 동호회 활동을 하는 윤모씨(24)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당분간은 정규직에 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업체 잡링크의 한현숙 사장은 "경제불황기에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나타난 프리터족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며 "'취업난을 피하기 위한 도피수단'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식'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임상택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