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바이어에 선적지연을 통보하는 동시에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산제품을 내수쪽으로 급히 돌리고 있어요. 물류팀원은 모두 부산항으로 달려가 빈 컨테이너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물류대란을 헤쳐나가느라 응급조치에 정신이 없었다. 이 공장은 지난 9일부터 생산라인을 부분 중단시켰다. 1백%대를 넘나들던 공장가동률은 80%로 떨어졌다. 17일까지 부산항 마비상태가 계속되면 생산라인 전체가 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물류대란은 이제 '생산대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이날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자 화학 자동차 섬유 기계 등 국가 기간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제품수출뿐 아니라 자재수입이 끊기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더이상 원자재가 조달되지 않으면 2∼3일내로 공장가동이 중단될 위기다. 수출선적이 지연되고 각 사업장 야적시설도 포화상태여서 생산량 조정도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산과 광양항에 5백TEU의 수출화물이 묶여 있으며 겨우 30여TEU만 선적됐다. 수입원자재 약 1백50TEU도 반출되지 않아 전국의 가전 완제품 생산공장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15일 이후에는 가전제품 생산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용인 에어컨공장 역시 수입원자재 조달이 안돼 라인의 절반이 멈춰섰다. LG화학과 SK(주) 삼성종합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화학업계는 수출이 사실상 전면중단됐다. 업계의 하루평균 수출액은 4백억원. 이중 34%가 부산항, 15%가 광양항을 통해 반출입되고 있어서다. 수출비중의 19%를 차지하는 울산항과 11%를 차지하는 대산항 등에서의 수출도 거의 마비된 상태여서 업계 전체 피해액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LG화학은 2백TEU(3백만달러) 규모가 선적 지연되고 있다. 17일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5백TEU(7백50만달러)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최대 기계공단인 창원지역도 마찬가지. 공단의 한 관계자는 "천재지변과 같은 물류중단 상황으로 업체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면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파업이 중단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작기계 업체인 한화기계 관계자는 "열흘 이상 부산항 마비가 계속될 경우 원자재 확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1회 진행하던 선적작업이 중단돼 바이어에게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법적 분쟁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창원=김홍열.이심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