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부동산값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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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물가 중 정반대로 달리는 대표적인 것 두개만 꼽아 본다면 무언지 아세요?"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기업인 S씨가 최근 식사 자리에서 꺼낸 퀴즈가 참석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답은 부동산 값과 골프장 회원권 값이라는 것.일본은 이 두 가지가 계속 추락 중인데 반해 한국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니 달라도 한참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풀이였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수두룩하다.
일본의 집값 땅값은 10년을 넘게 내리막길이다.
경제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80년대 말 융자를 안고 마이 홈을 장만한 중년 샐러리맨들 중에는 집값은 반토막이 났으며 은행 빚에 발목이 잡혀 야간 경비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밤을 지새우는 고달픈 인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치요다구·분쿄구는 주거·교육환경이 우수하기로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지만,평당 2백만엔(2천만원) 정도면 어렵지 않게 마음에 드는 신축 맨션을 골라잡을 수 있다.
골프장 회원권은 더 찬밥 신세다.
수천만엔짜리가 절대다수였던 회원권 값은 거래 금액의 단위가 바뀌어 버렸다.
시세표에는 1백만엔 이하의 돈으로도 살 수 있는 회원권이 즐비하다. 1백개 이상의 골프장이 쓰러지고,남아 있는 골프장들마저 불황에 언제 무릎을 꿇을지 모르는 판에 회원권 값이 추락하지 않고 배겨낼 재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바다를 건너 들려오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 소식은 이해할 수 없는 '용광로'다. 경제는 가라앉고 기업들은 숨이 넘어간다는데 투기 열풍이 곳곳을 들쑤셔 놓고 있다는 뉴스는 아무리 풀어보려 해도 정답이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이 평당 2천만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억대의 돈에 내 집을 마련한 후 인생 후반을 빚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당수 일본 중년 샐러리맨들의 쓰린 가슴을 떠올리게 한다.
"부동산과 골프장 회원권 값만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된 것 같지요?" S씨가 웃으면서 던진 또 다른 질문에 참석자들은 한숨과 어두운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