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참모진들로부터 방미활동 방향 및 준비상황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두자"고 거듭 강조하면서 각 행사에서 제시할 메시지와 연설문 등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과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 반기문(潘基文)외교보좌관, 윤태영(尹太瀛) 대변인,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서갑원(徐甲源) 의전비서관 등이 참석, 행사 목적 및 의전절차 등에 대해 보고하고 조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회의를 마친 뒤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방미구상에 몰두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이를 방송하는, 과거의 `의전용' 출국행사를 생략키로 했다. 대신 방미에 임하는 각오와 간략한 목표를 담은 글을 서면으로 발표하고 여정에 오르기로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실무방문 성격에 맞춰 경호, 의전도 대폭 간소화할 것을 재차 주문했다. 이에 따라 현지 링컨기념관은 당초 계획과 달리 공식수행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 및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 내외와 `조용히' 방문하기로 했다. 또 자신의 저서인 `노무현이 만난 링컨' 책자 영역본을 준비해 전달하려 했으나 전면 취소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링컨기념관이 국빈방문 코스가 아닌 점을 의식,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찾는 것으로, 조용하게 음미하고 싶다"며 요란한 의전을 삼갈 것을 강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링컨기념관이 정상의 메시지를 던질 만한 의미있는 장소로 꾸며져 있지 않은 탓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시가 100만원 상당의 백자 사면합(四面盒) 한 세트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는 청와백자 오리 1쌍을 선물로 준비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방송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환담했으며,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사전화를 받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한미정상간 공동성명 조율 등 노 대통령 방미와 관련한 막바지 준비를 위해 이수혁 외교 차관보를 이날 워싱턴으로 파견했다. 이 차관보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과 만나 협의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