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 1∼2일 미국에서 열린 관세부과유예협정 협상에서 삼성전자를 하이닉스반도체와 똑같이 유예협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를 유예해주는 대신 삼성전자의 D램 수출물량을 줄여달라는 요구로 풀이돼 주목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9일 "미국과의 관세부과유예협정 협상에서 미국측이 삼성전자를 하이닉스반도체와 똑같이 유예협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측이 "삼성전자도 사정이 어려워지면 하이닉스처럼 은행들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예협정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측은 삼성전자는 0.16%의 미소마진에 해당되므로 협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유예협정대상이 되는 경우 수출물량을 축소하는 등 미국 측이 요구하는 자율적인 수출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협상조건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달라지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D램 수출물량을 줄이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미국측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삼성전자를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있으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조건들을 내세워 협상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예비판정 후 45일이 되는 오는 16일 이전에 관세유예 여부를 결론내야 하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오는 14일과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2차 협상을 갖기로 했다. 미국이 하이닉스반도체 관세유예 협상에 삼성전자까지 끌어들인 것은 미국의 D램업체인 마이크론을 보호하는데 하이닉스반도체를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까지 9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하면서 매년 10억달러 가량씩 현금을 소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내 유일한 메모리업체인 마이크론이 쓰러질 경우 자국 IT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필사적으로 마이크론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상계관세 조사와 관련해서도 마이크론사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고 조사대상도 마이크론이 지목한대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계관세 조사과정에서 한국의 차세대반도체 개발계획을 탐색하고 보조금 시비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조사에 무게를 실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마이크론이 최근 한국내에 사무소를 개설한 것도 정보수집 목적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채권단이 2차 채무재조정안을 확정,당분간 채무상환요구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 유럽 대만 등의 경쟁업체들도 하이닉스를 공격하고 있지만 하이닉스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마이크론의 공격이 당장 이익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예상이다. "설사 하이닉스에 타격을 입히더라도 D램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견제하지 않으면 마이크론이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