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크게 유행한 용어들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노동계와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은 정리해고 은행합병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신자유주의 비판론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을 주장한 고전적 자유주의와는 달리 정부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하긴 하지만,개인자유 이윤추구 시장자율 등 고전적 자유주의 가치관의 대부분을 승계하고 있다. 경제학파 중에선 2차대전 이후 주류로 자리잡은 케인즈 학파에 맞서,통화가치 안정을 강조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한 통화주의가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간섭을 일관되게 반대한 하이에크 미제스 등의 오스트리아 학파,완전경쟁과 정보경제에 바탕을 둔 합리적 기대가설,80년대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던 공급주의 경제학 등도 신자유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현실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전면에 부상한 것은 지난 70년대 말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집권하면서부터다. 이들의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화,정부규제 축소,자본의 국제이동 자유화,자유무역 추구,공기업 민영화 등 공통점이 많았다. 특히 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몰락이 자본주의의 승리로 인식되고 상품·금융시장 개방을 수반하는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뢰와 증오는 양쪽 다 배가된 감이 짙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유럽의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진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제3의 길'이라는 기치를 내건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 정부가 대표적이며,다른 유럽국가들도 사회복지 혜택을 크게 축소하는 등 우경화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는 시장자율 체제가 그만큼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좌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신영섭 논설위원 shin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