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는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에 있다. 왜냐하면 첫째,중국 및 감염국들로부터 유학생 여행객 주재원 가족의 귀국이 늘어나고 있고 둘째,공항과 항구 방역망을 피해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며 셋째,의료시스템이 정확히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28일 현재 사스 감염자의 95.1%가 아시아권,그 중에서도 87.8%가 중국 및 홍콩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경제적·인적 교류가 빈번한 우리나라의 사스 파장도 단기에 진정될 것 같지는 않다. 사스 감염과 사망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항공 숙박 등 관광관련 업종과 외식 오락 등 서비스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24일자)에 의하면,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손실은 1백6억달러 수준이나,사스 사태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면 손실은 총 5백억달러로 늘어나 아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2002년 기준)의 0.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이 22억달러로 피해가 가장 컸고,한국은 20억달러(GDP 대비 0.43%)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사스 발생 지역인 중국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시장의 하나다. 우리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2백86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휴대폰 컴퓨터는 기존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석유제품을 제치고 1,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들 제품의 약 40%가 사스 최초 발생지인 광둥성에 집중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2002년 중국 무역통계는 밝히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CDMA 컬러 단말기 수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 당국은 첫 사스 의심 환자 발생 한 달여 만인 29일 우리나라에도 사스 추정 환자가 발생했다며 곧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정말로 사스 환자가 발생했다면 사스 발생으로 인한 인적 피해도 있겠지만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사스 감염 사실은 중국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우리의 수출 감소에 더하여 국내 경제활동과 외국인 투자활동 및 노동 등 인적 교류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라크 전후 복구 특수를 얼마나 누릴지는 모르지만,북한 핵 보유 시인 발표에 따른 국내외 투자 감소와 사스 위협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사스 진정 이후 수요 회복으로 대부분 만회되기를 기대하지만,일정 부분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종료된 이후 그 복구사업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듯,사스로 위축된 중국의 내수시장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리는 한편 중국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가 오면 우산을 팔아 돈 버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사스 사태 이후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사스가 번지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교류를 전면 중단할 수는 없다. 중국발 사스의 부정적 요소를 극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즉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증폭되지 않도록 사스 파장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전염병 방역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 전염병 환자의 진료를 전적으로 민간 의료기관에 맡기고 관리도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행 공공의료체계를 시급히 보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스 환자 치료를 위해 전염병관리 질병예방 건강증진 등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공의료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광둥성 다음으로 사스 환자가 많아 감염자 치사율이 8.5%에 달하고 있는 산시성 주민들의 평균 월급은 60달러인 데 비해 4일간의 치료비는 2백4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저렴한 비용의 기본적 의료서비스 제공'은 공공의료기관 몫이다. 사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치료를 하는 것은 바로 경제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대응책이 될 것이다. barksun@kihas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