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요즘 자금회전과 관련 "3중고(三重苦)"를 호소하고 있다.


우선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파문 등으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어 회사채나 기업어음(CP)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길이 막혔다.


또 은행들도 기업연체율 증가를 이유로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크게 높였다.


게다가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하청업체의 물품대금 결제를 미루고 중국과 동남아 기업들이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를 핑계로 수출대금 결제를 일부 중단하는 등 상거래 대금마저 돌지 않고 있다.


직접금융 간접금융 상거래결제 등 기업들의 자금줄이 모두 말라 붙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한둘씩 쓰러져 가고,일부에선 외환위기 직전의 연쇄부도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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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조이고 물품대금도 안 돌아


올들어 은행들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돈줄을 꽉 조이고 있다.


SK글로벌 사태이후 일부 대기업 여신에 대해선 "경고등"을 켰고 중소기업들의 대출한도도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최근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중소기업대출은 더욱 빡빡해 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중소기업대출때 담보인정비율을 종전 80%에서 주택과 아파트는 70%,상가는 60%로 각각 낮췄다.


중소기업이 아파트나 상가를 담보로 돈을 빌릴 때 그만큼 대출가능 액수가 줄어든 것이다.


외환은행도 작년말 중소기업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을 80%에서 75%로 낮춘데 이어 최근엔 위험관리 차원에서 담보가치에 대한 평가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1월말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지점장의 대출 전결금액을 종전 최고 50억원에서 5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지점장이 전결로 대출할 수 있는 대상도 신용등급 CC이상에서 CCC이상으로 축소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조인 것은 지난해 공격적으로 늘렸던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은 작년말 1.65%에서 3월말 2.71%로 상승했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최근 경기침체와 사스 여파로 물품대금 마저 잘 돌지 않고 있는 것.휴대용단말기 수출업체인 J사는 지난해말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회사로부터 제품 13만달러 어치를 주문받아 1차로 3월초 4만3천달러어치를 선적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측에서 사스로 인한 판매부진을 이유로 대금 결제를 미루는 바람에 갑자기 자금난에 빠졌다.


이번 주들어선 은행에서조차 중국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기업들에 대해 신규 대출을 꺼려 자금줄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인 엘스콤테크도 지난 3월말 중국에 2만달러 어치를 수출했으나 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박순길 한동기술개발 대표는 "시중 자금난이 악화되자 국내 대기업들도 물품을 납품받은 뒤 결제를 미뤄 중소기업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협중앙회가 최근 중소 제조업체 1천5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현금결제비중은 작년 4.4분기 58.6%에서 올 1.4분기 57.9%로 떨졌다.


어음회수 기일도 같은기간중 1백30.7일에서 1백31.1일로 늘었다.


이치구 중소기업전문기자.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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