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를 완주하던 정신력이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3D(3차원 입체화면) 애니메이션 모델'을 만드는 실력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국민 마라톤대회 여자 장애인 휠체어 부문 1위를 차지한 정재은씨(21)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뼈가 쉽게 부러지는 '선천성 골형성부전증' 때문에 15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며 그 후유증으로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그였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정씨가 5㎞를 달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날 마라톤대회엔 정씨를 비롯해 80여명의 장애인이 참가했다. 정씨는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며 도전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산하 고용개발원에서 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는 정씨는 오는 7월께 한 정보기술(IT)업체 취업이 예정돼 있다. "처음 도전하는 것인 만큼 '걷다가 힘들면 휠체어도 타고 (다른 사람에게) 밀어달라고 하면 되지…'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달리다보니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어지더라구요. 골인한 뒤엔 (스스로가) 어찌나 대견하던지…" 이날 완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정씨는 "생각보다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관대하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집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사회를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