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꿈을 가지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일들을 매일 꼼꼼히 적고, 잊지 말아라. 돈이 생기자마자 절반을 저축하는 거야." 독일의 유명 재정컨설턴트이자 인기 경제동화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저자인 보도 섀퍼(43)가 어린이들에게 강조한 '부자가 되기 위한 특급 실천법'이다. 최근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한 강연차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18일 힐튼호텔 오팔룸에서 네 명의 어린이 독자들과 먼저 만났다. 김민경양(13), 이정하양(13), 김명현양(12), 김현준군(11)이 행운의 주인공. 학교도 나이도 다르지만 모두 '키라'의 열혈팬이자 실천가라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지은이와 아이들은 밖에선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던 날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돈'에 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 △ 정하 =어떻게 키라를 쓰게 되셨어요? △ 섀퍼 =어른들을 위한 돈 관리법 책을 쓴 적이 있단다. 그런데 독자들이 편지를 많이 보내 왔어.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책을 써달라고 말이야. 그래서 키라가 탄생했단다. △ 민경 =언제부터 경제에 관심을 가지셨는데요? △ 섀퍼 =여섯살 때였나보다. 그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늘 백만장자가 될 거라고 장담했거든. 하지만 아저씨는 크면서 돈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어. 그래서 서른 살이 돼서야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됐지. 보자. 23년이나 걸렸구나. 너희들은 아마 훨씬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 △ 현준 =부자가 되면 어떤 점이 좋아요? △ 섀퍼 =하고 싶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지. 아저씨는 운전기사가 있고 요리사도 있어.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고 있지. 정말 굉장한 일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다. 어려운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 가난해서 굶는 사람들도 있잖니?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많다면 결코 나도 행복해질 수 없지. 주머니가 두둑할수록 남을 더 도와줄 수가 있는 거란다. △ 현준 =정말 키라처럼 성공일기를 쓰면 부자가 될 수 있어요? △ 섀퍼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돈을 별로 못 버는 사람들이 있어. 대부분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성공일기를 쓰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단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기회도 많아지지. 물론 주변에 잘한 일들을 자랑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도 있어. '난 정말 최고야! 이만큼 잘했어!' 하지만 그러다간 '왕따'가 되지 않겠니? 어른들도 마찬가지야. 당장 1년 동안 성공일기를 쓴다면 지금보다 적어도 20% 이상 수입이 오를걸. △ 민경 =돈을 많이 못 벌면 성공하지 못한 건가요? △ 섀퍼 =꼭 그렇지는 않지. 테레사 수녀님을 아니? 평생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셨지. 부자는 아니셨지만 아주 성공하신 분이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해서 돈만 생각해서는 안돼. 돈만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거든. △ 민경 =진정한 성공이란 도대체 뭐죠? △ 섀퍼 =꿈을 적어보렴. 그것을 이루는게 성공이야. 두번째는 행복하게 사는 거지. 주변사람들에게 '마법의 순간(magic moment)'을 베풀어보렴.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거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거지. 그리고 내가 가진 돈의 10분의 1은 남을 돕는데 쓰는 거야. 그러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단다. 행복해지는 거야. 그리고 배울 수 있는 만큼 한껏 배워라. 평생말이야. △ 명현 =책을 읽고 나니 키라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어릴 때부터 돈에만 관심을 갖다보면 너무 물질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세요. △ 섀퍼 =맨날 돈 생각만 한다면 정말이지 물질적인 사람이 될 거야. 아까 말했듯이 남들에게 '마법의 순간'을 베풀면서 산다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단다. 당장 엄마 아빠에게 아침을 만들어 드려보렴. △ 정하 =미국이나 독일 어린이들은 모두 집이나 학교에서 키라처럼 경제에 대해 배우고 있나요? △ 섀퍼 =아니란다. 독일이건 미국이건 돈에 대해 잘 가르쳐 주지 않아. 아저씨도 미국에서 공부했지만 그런 것을 배우지는 못했지. 흔히들 미국은 모든 것이 여기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아니야. 네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단다. △ 명현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키라처럼 돈벌기가 쉽지 않아요. 조언 좀 해주세요. △ 섀퍼 =키라에게도 처음부터 쉽진 않았지. 기억나니? '미국에 살았으면 훨씬 쉬울텐데'라고 말했던 것을. 어디에서나 쉬운 일은 아니야. △ 현준 =하지만 우리에겐 머니(동화에서 키라에게 돈버는 조언을 해주면서 말하는 개 이름)가 없는 걸요. △ 섀퍼 =하하, 책이 있잖니, 책. (일동 웃음) 지금 네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렴. 키라처럼 성공일기를 쓰면서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거지. △ 정하 =아저씨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경제교육을 시키시나요? △ 섀퍼 =아들 둘에 딸 하나가 있지. 키라처럼 하라고 가르친단다. 먼저 돈의 가치를 가르쳐줬어. 독일에서는 집에서 돈 얘기를 안하는게 관습이지만 나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꼭 소원일기와 성공일기를 쓰라고 했어. 못 따라올 때도 있었어. 우리 딸은 어렸을 때 툭하면 아빠가 날 사랑한다면 돈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졸라댔지. 그럴 때 난 이렇게 말해줬어. "내가 널 더 사랑했으면 돈을 지금보다도 더 적게 줬을거란다"라고 말이야. 지금은 15살인데 스스로 돈을 벌고 있어. △ 명현 엄마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킬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 섀퍼 =용돈은 아이들에게 돈 다루는 법과 올바른 금전관을 심어줄 훌륭한 도구예요. 나이에 따라 가르치는 교육을 달리 해야지요. 우선 저축부터 가르치고 차츰 바르게 쓰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해요. 가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대신 아주 특별한 일을 했을 때 용돈을 줄 수 있겠지요. △ 민경 엄마 =아이들이 모은 돈을 마음에 안드는데 써버리려고 할 때가 있어요. △ 섀퍼 =아이들이 자유롭게 쓰도록 놓아두는게 좋아요. 시행착오를 통해서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단 아이들에게 위험하거나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물건을 사려고 할 때에는 못하게 해야지요. 저 같은 경우 아이들에게 TV보기나 컴퓨터게임을 금지하고 있어요. 그럴 때도 무조건 '안돼'라고 말하지 마세요. 왜 안되는지를 차근차근 설득해야 합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 가치요, 돈은 그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는게 섀퍼의 일관된 메시지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른한살이 되도록 백만장자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기자에게 돈을 모으는 특급실천법을 귀띔해준 뒤 자리를 떠났다. "당장 이번 달부터 월급을 받는 즉시 10%씩 다른 통장으로 자동이체시키세요. 이 세상에 쓰고 남은 돈이란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통장은 건드리지 마십시오.언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줄테니까요." ----------------------------------------------------------------- [ 한마디 ] △ 김현준 (문화초등학교 4학년) "유학갈 돈을 모으려고 저축을 시작했죠. 키라처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 김명현 (구암초등학교 5학년) "돈만 많이 벌면 최고인줄 알았는데 키라처럼 알뜰살뜰 관리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 김민경 (당곡초등학교 6학년) "키라처럼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있어요. 디지털 카메라를 사고싶거든요. 빈병팔기가 꽤 짭짤하답니다." △ 이정하 (정목초등학교 6학년) "나도 키라처럼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우선 소원일기에 열 가지 소원을 적어두었답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