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공경의 정도에 따라 9등급의 예배가 있다고 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말하며 찬불하는 것이 첫번째이고,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게 두번째이며,오체투지(五體投地)는 공경도가 가장 높은 예배다. 오체투지는 몸의 다섯 부분,즉 양 팔꿈치,양 무릎,이마가 땅에 닿아야 하는데 이는 자기를 무한히 낮추는 것으로 일종의 고행이며 믿음의 구현이기도 하다. 행자들이 계(戒)를 받고 승려가 되는 수계식 때 한발짝을 걷고 오체투지로 절을 한번씩 하는 일보일배(一步一拜)는 불교의 중요한 의식중 하나다. 일보일배에서 변형된 삼보일배(三步一拜)는 92년 통도사에서 조계종 행자교육을 실시하면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수련대회에서도 널리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삼보일배가 이제는 평화적인 비폭력시위의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반대,금정산과 천정산의 고속철도 터널 굴착 반대 시위에서 환경론자들이 삼보일배의 행진을 했고,지난해 11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람사협약' 회의장 부근에서도 삼보일배의 시위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서 삼보는 탐(貪·욕심) 진(瞋·성냄) 치(痴·어리석음)를 극복하자는 것이며,일배는 개발에 스러져 가는 자연과 생명 앞에 몸을 낮추는 참회의 서원이기도 하다. 지난달 28일부터는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며 부안 해창에서 서울에 이르는 장장 3백여㎞의 길을 삼보일배를 하며 북상하고 있다. 단 한번의 3천배를 하기도 힘든 일인데 이들은 매일 3천배를 올리며 하루 6㎞ 정도를 걷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자연파괴를 막으면서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야말로,후손들의 삶을 위해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도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살고 싶어서 죽기를 각오하고 벌인다"는 새만금의 행렬이 환경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돼 더 큰 메아리로 이 땅에 울려 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