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침체기 경제정책 방향..崔洸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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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가 모두 후퇴하고 있다.
혹자는 경기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침체국면에 처해 있으므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출범 50여일에 불과한 참여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은 사방에서 조여오는 중압감 때문에 당혹해하고 있다.
이에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려는 것이 재정의 조기집행이요 추경편성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경제정책 관련 라디오 대담에서 "단기적 대응에 매달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자제하겠다" "경제정책은 경제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명언 중의 명언이다.
최근의 경기침체에 대해 대증요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경제보좌진들이 제대로 인식만 하면 대통령을 납득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비경제적인 것으로,이는 국내외에서 야기된 불확실성이다.
경제의 천적인 불확실성이 경제주체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루게 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요인에 의한 불확실성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적의 정책대응은 이러한 불확실성 자체를 제거하거나 축소하는 정치적 지도력의 발휘다.
그러나 현재의 주어진 상황을 놓고 볼 때 정치력의 발휘가 쉽지 않으며,또 불확실성의 제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효과가 의심스러운데도 이것저것 마구 들이대며 경기를 부양하는 척 하기란 쉽다.
아무리 국가 대사를 책임진 당국자라 할지라도 인간이기에 골치 아프고 어려운 길보다 생색나고 손쉬운 길을 택하게 마련이다.
즉 재정의 조기 집행과 추경편성이 손쉬운 가시적 정책수단이기에 경기가 어려울 때는 언제나 우선적으로 검토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까지의 대증요법적 대응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의 경험에서 보나 오랜 역사에서 보나,단기적인 경기대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시켜 왔다.
문민정부 초기의 '신경제 100일 계획'은 말기에 경제위기로 귀착됐고,국민의 정부의 각종 경기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기업과 가계의 신용을 더욱 악화시켰으며 국가채무를 증대시켜 오늘날의 경기침체로 이어지게 했다.
이웃 일본도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재정에 의한 경기부양을 도모했으나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자원의 낭비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경기 전망이 어둡고,정책을 선택하는데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제의 기본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책운영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핑계로 정책을 마구잡이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특히 정치논리에 따른 경제정책의 추진은 금기 중의 금기사항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걱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앞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무엇으로 먹고 살고,어떻게 인간답게 사느냐 하는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오늘의 20,30세대가 50,60이 되는 시점에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 하는 것으로서,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앞이 캄캄할 정도로 심각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에 대한 논의가 없거나,단기적 경기대책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어 안타깝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일본을 제외하고 한국만큼 경제적 기적을 이룬 나라는 없다.
문제는,우리가 이룬 기적도 기껏해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라는 것이다.
그 동안 뼈아픈 노력을 해왔음에도 우리의 1인당 소득은 계속 1만달러를 맴돌고 있으며,최근 한국은행 보고서는 경제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10년 후에도 1만2천여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의 정책당국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병든 한국사회를 어떻게 근원적으로 치료하고,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 제2의 도약을 이루어 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모든 정책의 초점을 장기적 생산력 증대에 모으는 것이다.
추경예산도 본예산도 국가의 생산력을 키울 때만 의미가 있다.
choik01@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