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호'가 `지코 재팬'의 첫 승 제물이 됐다. 한국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대교눈높이 축구국가대표팀간 친선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상대 기습에 허둥대다 나가이 유이치로에게 뼈아픈결승골을 허용, 0-1로 무너졌다. 나가이는 후반 47분 한국의 허리를 뚫은 산토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을 돌파한 뒤 골지역 오른쪽에서 조병국이 걷어낸다는 볼이 그의 오른발을 맞고 골망을흔드는 행운을 잡았다. 지난달 29일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한국은 이로써 역대 일본전에서 11패째(37승17무)를 기록하면서 올초 코엘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한국이 일본에 패한 것은 지난 98년 3월 다이너스티컵(1-2패) 이후 5경기 만에처음이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뒤 트루시에 감독을 퇴진시키고 지코로 사령탑을바꿨던 일본은 숙적 한국의 안방에서 기분좋은 첫 승을 올리며 감독 교체 후 1승2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마음만 급했던 반면 일본은 끝까지 집요했다. 일본은 후반 중반까지 한국의 파상 공세를 끈끈한 밀집수비로 저지하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잡은 기회를 승리로 연결해내는 뚝심을 보였다. 한국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수비형 미드필더 나카타 고지를 축으로 한 일본 허리진의 거친 압박에고전,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사이드백인 박충균과 최성용이 수비시 한번에 전방에 찔러주는 기습 패턴이 부정확한 패스로 리듬이 끊긴 반면 일본은 짧고 정확한 송곳 패스로 공간을 파고들며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전반 10분 박충균을 제친 나라하시의 위협적인 센터링을 시발로 15분 오프사이드로 인정된 나카야마의 기습슛으로 기세를 올린 데 이어 1분 후엔 조병국의걷어내기 실수를 낚아챈 오가사와라의 로빙슛이 왼쪽 골대를 살짝 빗나가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초반 일본에 끌려다니던 한국은 그러나 이천수의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공격이살아나면서 비로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천수는 24분 아크 정면에서 절묘한 볼 컨트롤로 노마크 찬스를 연 뒤 왼쪽 골대를 맞는 인프런트킥으로 일본의 기세를 꺾었고 안정환은 30분께 왼쪽 골대를 살짝비켜가는 빨랫줄같은 프리킥으로 분위기를 한국으로 돌려놓았다. 한국은 안정환의 대포알슛을 기점으로 주도권을 장악, 이후 일본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골결정력 부재로 아쉬운 탄성만 자아냈다. 후반 9분 안정환의 센터링을 가슴으로 받은 뒤 오른발로 강하게 찬 이동국의 발리슛은 골문을 외면했고 17분 안정환이 허리 중앙을 뚫고 때린 중거리슛은 골키퍼정면에 안겼다. 코엘류 감독은 이동국을 빼고 최성국을 투입, 스피드를 더욱 끌어올리고 안정환을 최전방 `원톱'으로 올려 활로를 모색했지만 볼을 지나치게 끄는 안정환의 판단착오와 부정확한 마무리 패스는 짜증만 더했다. 한국이 번번이 `킬러 부재'에 발목이 잡혀 힘이 빠지자 주도권은 후반 막판 일본으로 넘어갔고 결국 종료 휘슬 직전 김태영을 제친 나가이의 슛 기회에서 조병국이 걷어냈으나 나가이의 발을 맞고 골문으로 굴절되면서 상암벌은 통한의 침묵에 빠졌다. 슈팅수는 14-5로 한국의 절대 우세였지만 승리는 무서우리만큼 침착한 일본의몫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