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원 규모의 정보기술(IT)투자펀드를 조성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디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펀드 조성에 앞장선 정보통신부의 직무 유기 아닙니까." 새정부 출범 후 정통부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IT투자펀드인 코리아IT펀드(KIF)는 '국민의 정부' 시절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SK텔레콤(1천9백억원) KT(7백억원) 등 통신사업자 4사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자가 완료됐는데도 아직 투자운영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초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집중 투자하려던 방침도 IT 신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진대제 장관 취임 후 바뀔 조짐이다. "어디다 쓰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없이 민간기업으로부터 무작정 돈을 거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와 관련해서도 정통부를 비판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통부는 무선인터넷 운영체제인 플랫폼을 국내 기술로 개발해 표준화하면 훌륭한 수출상품이 될 것이라며 이를 적극 추진해 왔다. 하지만 '브루'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는 미국 퀄컴과,'자바' 특허를 갖고 있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견제로 쉽지 않았다. 결국 이동통신 3사가 위피를 사용하더라도 썬에 로열티를 주고 관련 특허를 쓰는 선에서 결론이 났다. "썬이 한국형 플랫폼인 위피 기술을 일부 도입할 경우 역로열티를 받을수 있고 세계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게 정통부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앞장서 썬의 기술을 국내 표준화해 썬 좋은 일만 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온세통신도 "유선과 무선간 전화(LM)시장 개방을 수십차례 건의했지만 정통부가 들어주지 않았다"며 불만이다. 정보통신업계는 "정권이 바뀌고 장·차관과 1급인사를 거치면서 정통부가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기업 출신 장관이 이같은 불만을 듣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강현철 산업부 IT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