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은 대담한 리더십을..제프리 존스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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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존스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 >
지난 몇주간 우리는 인간사의 가장 잔인한 현장을 목격했다.
바로 이라크전쟁이다.
전쟁은 인류사의 기원과 더불어 있어 온,추악하고도 불길한 부속물이다.
그러나 전쟁을 피할 수 없어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 안보를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부어야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01년 한해 미국은 국방비로만 3천2백20억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한국의 한해 예산보다 약 3배 가량 많은 액수다.
2003년의 미 국방비는 전세계 2백개 국가의 국방비를 합한 금액보다도 많을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지구상에 미국과 비슷한 힘을 가진 나라가 존재해 적절히 견제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에 필적할 만한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다행히 미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의 요청에 의해서만 무력충돌에 개입하는 방식의,다소 소극적인 전쟁을 수행해 왔다.
이 같은 미국의 군사력 행사 정책에 큰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이라크전쟁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9·11사태가 자리하고 있다.
9·11사태로 인해 부시 행정부는 '선제공격'의 명분을 갖게 됐다.
군사력의 선제적 행사정책 하에서,만일 미국이 어떠한 국가나 체제 혹은 개인으로부터 위협받는다고 느끼면,미국은 그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고자 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에 새로 나타난 선제공격 명분은 전쟁을 정당화해 나가고 있으나,전세계 국가들은 그 명분 자체뿐만 아니라 그에 내포돼 있는 의미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 목적이 '석유통제권 획득'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만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인식'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테러 집단을 공개적으로 지원해 왔으며,미국에 대한 보복의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지난 12년 동안 전세계는 후세인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며 마냥 기다려 왔다.
그러다 9·11사태가 발생,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내심을 한계에 이르게 했다.
여기에다 후세인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할 것이라는 잠재적인 위협은 부시 대통령이 더 이상 부담하고 싶지 않은 '위험'이었다.
외교적 압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과,잠재적 위협을 제거하자는 판단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인 것이다.
미국은 9·11사태 이후 전과는 전혀 다른 나라가 됐다.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공격의 새로운 정당성 부여는 미국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새로운 전쟁정책은 당연히 전세계,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직까지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시설을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고 있다.
또 이라크의 경우와는 달라 외교적 압박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종결되면 이 같은 미국의 태도가 변할 수도 있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이 자국을 공격할 수도 있으며,따라서 자신들의 핵시설 가동도 정당한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을 '위협'으로 간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놓인 이 불신의 고리를 끊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부의 주도 하에 사태를 해결하고,미국과 북한에 상호신뢰 회복의 필연성 및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아마도 남한과 북한이 상호 신뢰를 구축할 때 가장 잘 이루어질 것이다. 그간 구축해온 상호협력의 분위기는 매우 전망 있고 유익한 것이나,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남한은 북한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하고, 북한과 상호인증조약 평화조약 군축조약 및 기타 공식 협정 등을 체결함으로써 북한 지도부에게 자신들의 주권과 생존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협정이 존재하는 이상,미국은 한국의 주도를 따를 것이며,북한이 핵시설 포기 조건으로 필요하는 여러 가지 보장책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전쟁정책은 북한에 있어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없으며,한국은 대담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인내심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