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결은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천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복구사업으로 중동 특수(特需)가 예상되는 데다 세계 경제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후 복구를 둘러싼 선진국들간 갈등이 확산되고 세계 경제가 분열되면 국내 경제도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전후 처리를 둘러싼 이라크 해법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 유가 안정되고 중동시장 확대될 듯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배럴당 30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22∼23달러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과 정유 전력 가스 업종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회사들도 유가 하락의 간접 수혜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ARS 전염 우려로 여행객이 급감했던 항공사들도 종전 이후 매출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엔의 이라크 경제봉쇄가 끝나면 중동지역과의 상품교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주동주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이라크에 대한 UN의 경제봉쇄 조치가 해제되면 연간 1백억 달러의 상품시장이 세계에 다시 등장하는 셈"이라며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수주 경쟁 치열할 듯 한국 정부는 도로건설 등 이라크 복구사업에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건설교통부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포함시킨 민관합동 시장조사단을 다음달 초까지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파견하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도 윤진식 장관이 나서 민관합동 플랜트수주단을 이끌고 오는 29일 이란 오만 UAE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라크 복구공사에서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토목 건축 등 단순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인건비가 너무 높고, 유전 개발 등 첨단분야에서는 선진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 선진국들간 불화 '불똥' 우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미.이라크 전쟁 종결로 국제 유가가 내려가고 세계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주식시장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라크 전후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돼 전세계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IBRD)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부가 이라크에 들어서야 지원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루이스 사르비 세계은행 부총재는 "UN의 이라크 제재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회원국도 이라크를 지원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이라크 지원에 의견을 모아줄 것을 요구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