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업윤리'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기업들에 '윤리경영'이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는 필수 경영요소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윤리경영 여부 자체만으로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윤리경영.정도경영'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경영진의 비리와 편법행위가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시민단체들이 즉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금융권에서도 기업의 윤리를 중요한 기업평가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윤리경영 여부를 기업 대출심사 요건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윤리경영 실천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를 제대로 지키는 기업들에만 대출 때 우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은행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기업 윤리경영과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감사 대상이 아닌 총자산 70억원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과 협약을 맺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 적정의견을 얻을 경우 최고 70%까지 3년간 회계감사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앞다퉈 윤리경영 헌장을 선포하고 윤리경영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캐릭터 제작 등 캠페인을 통해 사내에 윤리경영을 뿌리내리겠다는 기업도 나왔다. 국내에서 윤리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인 신세계는 최근 어둠 속에서 밝은 빛으로 바닷길을 인도하는 '등대'를 형상화한 윤리경영 캐릭터를 만들고 직원 상대 공모를 통해 '가슴마다 윤리의식, 손길마다 윤리실천'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삼성은 올들어 '부정판단 기준'을 신설, 직원들에게 상사의 직무 유기나 부당한 지시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부하 직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를 경우에도 부정행위로 간주키로 했다. LG칼텍스정유는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해 준법감시인에 부사장급을 선임했다. 현대자동차도 협력업체에 윤리경영 협력 요청 서한을 발송했으며 '협력회사 소리함'도 설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5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윤리경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8.4%가 윤리경영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0대 기업집단 회사의 경우 76.3%가 윤리헌장을 보유하고 있어 지난 99년 33.3%, 2001년 69.4%보다 부쩍 늘었다. 과연 윤리경영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려주고 수치상의 경영성과에 큰 도움을 주는가 하는 점도 관심이다. 전경련에서 지난 9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윤리경영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 추이 및 주가 변동률, 매출액 영업이익률 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렇다'이다. 윤리경영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4년 평균 46.3%로 종합주가지수 변동률 15.2%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평균 10.3%로 제조업 전체 평균인 6.4%를 웃돌았다. 결국 윤리경영의 궁긍적인 이름은 '효율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