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졌던 박찬호(30.텍사스)가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한 투구로 힘겨운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박찬호는 12일(한국시간) 시애틀의 세이피코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동안 사사구 8개를 남발했으나 삼진 5개를 솎아내며 3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텍사스는 라파엘 팔메이로의 2점홈런 등 장단 8안타를 터뜨려 적절히 몰아쳐 4-2로 승리했고 박찬호는 올시즌 2패 뒤에 첫 승을 신고하며 15.88을 기록했던 방어율을 9.28로 떨어뜨렸다. 서부지구 최하위로 처졌던 텍사스는 시즌 첫 2연승으로 4승6패를 기록, 시애틀과 공동 3위가 됐다. 박찬호는 5회까지 투구수 114개가 말해주듯 이날도 출발은 나빴다. 1회 첫 타자 스즈키 이치로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박찬호는 랜디 윈마저 볼넷으로 출루시켜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3번 브렛 분은 좌익수 플라이, 4번 존 올러루드를 1루 땅볼로 처리해 한숨 돌리는 듯 했으나 5번 마이크 카메룬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의 위기를 맞은 뒤 마크 맥레모의 타구를 좌익수 칼 에버렛이 슬라이딩 캐치로 건저내 힘겹게 불을 껐다. 2회에는 첫 타자 제프 시실로를 삼진으로 잡았으나 다시 볼넷 2개와 안타로 1사만루에 몰린 뒤 2번 윈과 3번 분을 연속 삼진으로 낚아 무실점으로 넘겼고 3회에도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박찬호가 '외줄타기' 투구에도 실점하지 않자 텍사스 타선은 4회초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팔메이로의 연속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든 뒤 시애틀 선발 프레디 가르시아의 폭투와 에버렛의 내야안타로 2점을 먼저 뽑았다. 박찬호는 4회말 2사 뒤 볼넷과 몸 맞은 공으로 주자들을 내보낸 뒤 올러루드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점을 허용했으나 텍사스는 공수 교대 뒤 팔메이로가 큼직한 2점 홈런을 외야 스탠드에 꽂아 4-1로 점수 차를 벌렸다. 자신감을 찾은 박찬호는 5회말 올시즌 들어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막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숱한 실점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승리투수가 된 박찬호는 당분간 선발 마운드에서 밀려나지는 않게 됐지만 벤치의 신뢰를 쌓지는 못했다. 이날도 직구 최고시속은 145㎞에 불과했고 제구마저 되지 않아 사사구 8개를 남발, 벅 쇼월터 감독의 인상을 자주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편 봉중근(23.애틀랜타)은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4-7로 뒤진 6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동안 삼진 1개를 곁들이며 6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