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사교육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한다. 연간 사교육비가 26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1위라고 하는가 하면 학원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진다. 국ㆍ영ㆍ수는 물론 영어회화 심지어 예ㆍ체능 과목의 내신 점수를 위해 노래 그림 체조 농구슛 과외까지 시킨다는 마당이다. 엄청난 사교육비에 시달리고도 일류대 명패를 붙여주기 어렵다면 아예 일찌감치 외국에 보내는 게 낫다며 엄마를 딸려 보내고 아빠만 혼자 남아 돈 벌어 부치는 비정상적 가정도 급증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해외 유학 및 연수 붐으로 한국의 경상수지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예?체능 과목의 평가방식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점수를 안 매기면 과외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현재 중3∼고1의 예체능 과목 비중은 음악 미술 각 5단위,체육 10단위(국어 17단위)로 전과목 석차를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 결코 작지 않다. 초ㆍ중ㆍ고의 예ㆍ체능 교육은 중요하다. 전인교육이라는 명분이 아니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기본 소양이나마 익히는 건 그 시절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신성적 반영에 따른 과열경쟁의 결과 과외를 받는 일까지 생겼다는 사실이다. 교육의 원래 목적이나 재능ㆍ취미에 상관없이 입시용으로 변질돼 학부모 부담만 가중시키는 셈이다. 예·체능 과외는 서울 강남 등 일부의 일일 뿐이고,평가방법이 바뀌면 학생들의 관심이나 참여도가 떨어져 교육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점수제가 아닌 서술형이나 학습수준 성패(pass/fail) 평가라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도 한다. 그렇더라도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실기평가 점수제가 없어지면 장애학생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적을 게 분명하다. 점수를 안 매겨도 예ㆍ체능 과목이 등한시되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장치를 강구해야겠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