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크전의 조기종결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가운데 `전후 증시'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기 종전 가능성과 전후 복구 등은 경기 회복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있지만 경제 펀더멘털 변화를 이끌기에는 불확실성이 널려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쟁랠리로 인한 주가 상승 전망속에서 경기호전 불투명, 북한 핵문제 등이 가장 큰 `암초'로 지목되고 있다. ◆ 전후 경기호전 불투명 이라크전이 끝난뒤에는 증시 모멘텀이 '전황'에서 경제 펀더멘털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나 국내외 경기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3월 시카고 PMI(구매관리자협회 지수)는 50 밑으로 하락했고 SIM(공급관리자협회)제조업지수는 200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발표됐다. 고용지표도 2월 마감된 3개월 평균 일자리가 9만건 감소했고 메릴린치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1.0%로 내리는 등 성장률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들이 부진을 보이고 있고 1분기실적발표도 기업실적 개선의 둔화를 확인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며 "이라크전 전황이 빠르게 진전될수록 전후 고민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한투증권은 소비심리와 설비투자 위축,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를 당초 5.4%에서 4.2%로 내렸다. 동양증권도 고유가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비용인상 인플레로 인한 기업의 투자와 가계소비 침체,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 장기화를 들어 성장전망을 기존 5.5%에서 3.9%로 하향 조정했다. ◆ 북핵문제 재부각 가능성 북한 핵문제 역시 이라크전 종전 이후 국내 증시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라크전 승리감에 도취된 미국 강경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북핵문제는 지역적 리스크를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북한 핵문제 해법에 대한 한미간 정책이견이북핵과 관련한 가장 큰 불안 요인"이라며 "전후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핵에 모아질경우 해결 조짐이 보이기까지 증시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관련 한.미 공조가 이뤄질 경우 한국의 대미 외교 입지가 넓어져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외교적 갈등이 빚어지면 국내 보수층의 불안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 신용평가 기관과 인국인 투자가의 시각에도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드채 문제가 자본확충과 만기연장 과정에서 자금시장 불안을 다시 부를 수 있으며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확산도 경제성장에 테러 못지않은잠재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600∼620대 선별적 이익실현 전후 증시에 대한 이같은 우려감으로 증권사들은 추격 매수에 신중을 기하는 동시에 600선 이후에서는 선별적인 이익실현을 권고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전황 호전으로 추가반등이 기대되지만 기업실적, 경제지표 등 펀더멘털상 제약요인이 있다며 지수가 620선을 넘어서면 이익실현을 병행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흥증권도 이라크전 조기종결 기대감이 상당부분 반영된 가운데 실물경제, 기업실적, 수급구조 등 악재들이 부각되고 있다며 600∼620대에서는 종목별로 현금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