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9일자) 글로벌시대에 맞는 대기업정책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해 우리나라 상위 5개 기업이 국내기업 전체 매출의 20%,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것과 관련해 이런 현상이 자칫 대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를 정당화시키는 빌미가 되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공정위가 경제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기업 규제정책을 밀어붙일 태세인데다 KDI는 한술 더 떠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기업분할 청구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매출액이나 순이익이 소수의 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몇개 기업에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만에 하나 이들 기업들이 잘못됐을 경우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없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를 정당화시킬 아무런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 만큼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런 현상이 국내시장의 독과점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화학 등 이들 5개 기업은 한결같이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로서 이들이 거둔 매출액과 순이익은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상대로 거둔 실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내시장만 하더라도 이들 기업을 포함한 세계 유수 기업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어 경쟁제한을 염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점인데 이 또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를 정당화시킬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세계 1백대 기업에 겨우 낄까말까할 정도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히려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들 5대기업에 버금갈 기업을 더 많이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일이지 이들 기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정위의 대기업 정책이 이제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임을 다시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공정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그동안 거론돼 왔던 대기업 규제정책을 계획대로 시행하되 향후 3년간의 성과를 보고 규제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출자총액 졸업제도 시행을 유보 하는 등 낡은 규제를 폐지하기는커녕 더욱 강화해 앞으로도 3년간이나 지속하겠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출자총액 규제 같은 낡은 제도는 기업의 발목만 잡을 뿐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지 않았는가. 기업의 투명성은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한 감시로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폐쇄 경제시대에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을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게 시급히 고쳐야 한다. 대기업 규제 제도는 전면 폐지하고 경쟁촉진 정책은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진정한 송구영신의 의미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장도 끝자락이다. 12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우리는 지난 한 해를 되감기 해본다. 희한하게도 좋았던 기억보다는 아쉬웠던 순간, 뼈아픈 실패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마음에 박힌다. 사람의 본능이 그렇다. 하지만 실패가 마음의 ‘쓴뿌리’로 남을지, 내일의 ‘자양분’이 될지는 그 기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우리는 흔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듣지만, 실패의 고통 속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 역시 머리로만 알던 이 평범한 진리를, 지난해 트레일러닝이라는 처절한 육체적 경험을 통해 비로소 온몸으로 깨닫게 됐다.당시 나는 생애 첫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험난한 산악 코스 38㎞를 제한 시간 10시간 안에 완주하겠다는 목표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내 기록은 10시간1분32초. 고작 1분32초 차이로 실격이었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허탈함과 분노를 느꼈다. 10시간 넘게 뛰었던 산길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오르막에서 조금만 더 뛸걸’ ‘거기서 1분만 덜 쉬었더라면…’ 후회가 밀려오자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샤워장에서 차가운 물줄기를 맞으며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정신을 부여잡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관점을 ‘시간’에서 ‘완주’로, ‘실격’에서 ‘도전’으로 바꿔 의미를 부여하자 패배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뜨거운 성취감과 자신감이 차올랐다. 실격이라는 성적표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결과에

    2. 2

      [다산칼럼] 고마워, 김 부장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 부장은 산업화 세대, 이른바 ‘오대남’의 초상이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빠른 승진→가족 부양’을 성취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왔다. 그러나 중년이 되자 직장에선 MZ세대와, 가정에선 가족과 충돌하며 과거의 ‘규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한다. 후반부 김 부장이 느끼는 ‘세상이 나만 남겨두고 달려가버린 듯한 감각’은 오늘의 오대남이 겪는 상실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일부 음식점 앞에 붙은 ‘50대 남성 출입 금지’ 문구 역시 예절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인식의 균열을 드러낸다. 드라마 속 김 부장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되묻는 장면은 과거의 성실함이 이제는 ‘꼰대성’으로 낙인찍히는 시대 변화를 압축한다.이 변화는 단순한 세대 갈등이 아니라 사회 질서의 급격한 전환이다. 1995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 이상 응답자의 71%가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2008년엔 65%가 ‘아들이 없어도 된다’고 했다. 2024년 조사에선 딸 선호(28%)가 아들(15%)의 두 배로 역전됐다. 1992년 아들 선호가 58%였던 점을 감안하면 600년간 이어진 남아 선호는 불과 한 세대 만에 해체됐다.가정의 주도권도 재편됐다. 1990년대 30%대이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대 80%를 넘었고 2008년엔 남성을 추월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남성 중심 부계 구조’를 ‘부부·자녀 중심 구조’로 바꿨다. 결정적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였다. 구조조정의 충격은 40~50대 남성에게 집중됐고, 직장이 존재의 중심이던 이들에게

    3. 3

      [데스크 칼럼] 의대 증원 문제, 정치는 빠져야

      이재명 정부가 의대 증원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문제작’으로 평가받은 정책을 다시 꺼내 들 태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언급하며 “의사를 늘리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이달 초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필요하다”며 의대 증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복지부 산하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도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계위는 이대로라면 2040년 기준 의사가 1만4000~1만8000명 부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연내 최종 추계를 토대로 내년 초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 공감대 형성된 의사 수 확대의사 수 확대 필요성에는 상당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의료 접근성 개선을 원하는 환자와 시민의 요구가 크고 상위권 수험생의 의대 선호 현상도 여전하다.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한 여론조사업체(메트릭스) 조사에서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응답은 84%에 달했다. 일반 국민 여론 차원에서는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에 큰 이견이 없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연간 400명의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정부 성향과 정권을 막론하고 의사 수 확대는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과제다.문제는 ‘방식’이다. 내년 발표될 의대 정원 수는 어느 수준이든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전 정부 의대 증원 감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