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해 지수 옵션 거래량이 선진국을 제치고 압도적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우리는 자본시장의 대형화를 기뻐하기 보다는 오히려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전년보다 1백30%나 늘어난 거래량(18억8천8백92만 계약)을 2위인 프랑스 유로넥스트의 CAC40옵션 거래량(8천4백34만 계약)과 비교하면 얼마나 비정상적인 것인지가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수선물 거래량(4천2백87만 계약)도 전년대비 36%의 증가세를 보이며 세계 4위 수준을 지켰다. 지난해 한국의 선물·옵션거래는 전세계 주가지수 파생상품 거래량의 48%에 이르렀다고 한다. 선물·옵션거래는 주식거래에 따른 위험성을 분산시켜주기 때문에 거래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오히려 권장해야 할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을 하는 것은 한국시장은 투기성이 너무 높다는데 있다. 선물·옵션거래에 투기성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마는 우리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대박 터뜨리기'나 '한탕주의'를 대변하는 것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지수관련 파생상품에 돈이 몰리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다. 실질금리가 0%에 가까운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몰리는 측면이 있다. 또 통화파생상품이나 금리파생상품 등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은 여타 선진국들과는 달리 파생상품의 종류 자체가 적다는 것도 한 요인이 된다. 하지만 선물·옵션거래의 60∼70%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한다는 점은 한국시장의 투기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가끔씩 투자원금 대비 수십배 혹은 수백배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린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자들이 몰려든다. 패가망신하는 반대의 경우는 생각지 않는다. 오죽하면 증권거래소가 5백만원이었던 기본예탁금을 1천5백만원으로 올렸겠는가. 주식관련 파생상품이 인기를 끌자 최근엔 은행권에서조차 이자를 한푼도 못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보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은행이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지만 나온지 얼마 안돼 이미 3조3천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주식관련 상품거래는 너무 지나치면 큰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 쉽다. 최근 나온 IMF 한국경제보고서가 "은행과 보험 증권사들이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사실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