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어떤 나무를 심을까 .. 尹汝昌 <서울대 교수·산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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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라가 정한 '나무를 심는 날'이다.
과거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많았다.
사람들은 산에서 땔감을 구해 온돌을 데우고 밥을 해먹기 위해 산의 나무를 베어야 했다.
지난 40년 동안 경제성장 덕분에 연료대체가 이루어지고,정부의 산림녹화정책이 국민의 참여와 협조에 힘입어 우리 산은 다시 나무들이 자라는 '숲의 땅'이 됐다.
그러나 산 속에 들어가 보면 우리의 숲은 아직 부실해 보인다.
그 속엔 어딘가 어설픈 모습을 하고 서 있는 나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나무들….
미국에서 입양 온 아카시아나무와 리기다소나무,일본에서 입양 온 일본잎갈나무와 편백나무,시베리아와 북한에서 잘 자라는 잣나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타향살이도 고달프려니와 그들이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이제 다시 나무를 심을 때는 외지에서 온 나무를 심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나무 심는 사람이 나무 심어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자기 산에 나무를 심는 대부분 개인 산주의 경우는 산에서 소득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나무를 심고자 할 것이다.
요즘 산주들이 많이 심는 나무 중에는 밤나무,수액생산을 위한 고로쇠나무,표고버섯 생산을 위한 참나무 등이 눈에 띈다.
실로 우리나라의 임업은 목재를 생산하는 임업에서,식품을 생산하는 소위 '먹는 임업'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한편 매년 나무를 직접 가꾸고 수실이나 수액을 거두어들일 수 없는 이들은 나무를 심어놓고 오래 기다린 뒤 후세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나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오랫 동안 적응해 살아온 자생수종을 심어 가꾸는 것이 안전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아온 나무는 병충해나 산불 등의 위해로부터 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보아 나무를 길러 재목을 생산해 단기간에 돈을 벌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오랫 동안 땅에 저축해 후세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사업으로서 나무를 심어 가꾸는 임업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 외에도 나무를 심어 가꾸는 임업은 우리 사회에 많은 혜택을 주는 사회사업으로서도 기능한다.
나무와 숲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에는 깨끗한 공기와 물뿐만 아니라,숲 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줌으로써 미래세대의 지혜로운 삶을 위한 종자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임업은 공익을 위한 사회사업으로서의 가치가 크며,이를 인정해 정부는 임업투자비용의 많은 부분을 공적자금으로 지원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임업에서 공익을 우선 생각할 경우,산에 심어야 할 나무가 달라질 수 있다.
나무와 숲의 종류에 따라 임업의 공익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기를 깨끗이 하고 물을 맑게 하는 기능이 큰 나무가 있는가 하면,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생물 다양성이 큰 숲의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생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이 생물 다양성이 높으며,물을 머금어 갈수기에 물을 공급하는 능력도 크다.
한편 우리나라에 조성된 인공림은 목재생산기능을 위주로 하여 침엽수종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침엽수 인공림은 산불에 약하고,봄철 갈수기에 증발산량이 많아 활엽수로 된 숲에 비해 수원 함양기능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앞으로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나무를 심을 땐 수원 함양기능이 큰 활엽수종을 위주로 심어야 한다.
선진국을 향해 가는 우리는 이제 나무를 심는 것 보다 나무를 잘 가꾸는 일과 낙후된 산촌지역의 진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편 산림이 많은 상류지역에 위치한 산촌은 하류지역 주민에게 수자원보전 등 환경보전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에 상응한 반대급부는 거의 없다.
산촌의 환경보전기능을 증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산촌지역의 인공림을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유역의 산림을 가꾸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그 한 방법으로 하류지역주민들이 내는 '물이용부담금'의 일부를 상류지역 산촌의 임업사업을 위해 지원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yo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