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다.유일한 방법이다."(알버트 슈바이처) 박애주의를 전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 모른다. 슈바이처 박사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하며 살면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이나 문서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리더를 사람들은 따른다. 특히 우리 기업의 당면 과제인 변화 관리를 보면 더욱 그렇다. 경제위기 이후 5년여동안 구조조정을 계속해왔지만 시장의 변화 압력은 더 거세지고만 있다. 모든 회사들이 변화해야 한다며 조급해하지만 성과를 내는 회사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리더들이 더 많은데다 종업원들의 호응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The Heart of Change)'(김영사,1만2천9백원)에서 저자인 존 코터와 댄 코헨은 그 답을 사람들의 '감정'에서 찾고 있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데이터나 분석치,보고서를 보여줄 것이 아니라 사원들의 감정을 움직일 만한 구체적이고 시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변화 욕구를 가지도록 실체적인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매 혁신을 이룬 한 회사의 사례를 보자. 경영진이 구매비용을 1∼2%만 아껴도 앞으로 5년간 1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호소해봤지만 직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혁신팀은 종업원들이 쓰는 장갑을 한곳에 모았다. 하나에 5∼17달러 하는 4백24가지 장갑이 수집됐다. 공장을 돌며 장갑 전시회를 열었다. 한 업체에서 공동 구매했으면 얼마를 절약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엉터리 구매 관행이 있느냐"며 흥분하는 사원이 늘어가더니 구매혁신 운동에 불이 붙었다. 저자들은 이런 예를 들며 사람들이 보고(see) 느끼고(feel) 변화하는(change) 세가지 패턴이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층부에서 분석,사고해 변화의 방향을 이끌면 된다고 믿는 옛날 방식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인이 더 이상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특히 34개나 되는 실제 사례가 실려 있는 것이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장점이다. 사례는 미국과 유럽 호주 남아프리카의 1백30여개 조직에서 변화를 담당한 4백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코터 박사가 이 책의 전편이랄 수 있는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에서 제시했던 8단계 변화의 프로세스를 실천하는 방법론이 이런 풍부한 사례가 더해지면서 보완됐다. 사례가 풍부한 데 비해 실제 회사명을 밝히지 않고 있어 추가 연구가 어려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이 책의 사례연구를 주도한 댄 코헨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가 방한,오는 8일 오전 10시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세미나를 갖는다. 문의 이코퍼레이션(www.e-corporation.co.kr) (02)3452-0202(교환 111)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