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종군기자' 피터 아네트(68)의 운명이 이라크전 전황만큼이나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이라크국영 TV 전격 출연→미 비난 여론 감수→NBC방송 해고통보→영국 데일리 미러지 영입 등을 하루만에 모두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 바그다드에 남아 이라크 전쟁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아네트는 지난달 30일 이라크 국영 TV에 출연,"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의 초기작전이 실패했다"고 주장,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의 정치인과 언론들은 "전쟁 중에 미국 기자가 적대국 TV와 회견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그의 행동을 비난했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아네트는 소속사인 NBC방송으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해고 하루만에 이라크전에 반대입장을 견지해온 영국 타블로이드 일간 '데일리 미러'에 둥지를 틀었다. 뜻밖의 거물을 건진 '데일리 미러'는 지난달 31일 자사의 1면을 할애,그의 입사를 환영했다. 이 신문은 '진실을 말해 미국에서 해고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네트가 진실을 계속 보도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전설적 전쟁 전문기자'를 채용했다"고 자랑했다. 아네트는 "나는 여전히 해고에 따른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서 "하지만 바그다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을 계속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보도로 언론인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받았고,1991년 걸프전 때는 서방기자로는 유일하게 바그다드에 남아 연일 특종 보도한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