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하는 영화 「그녀에게」는 식물인간이 된 애인을 돌보는 두 남자를 다루고 있다. 남자 간호사 베니그노(하비에르 카마라)는 우연히 자신의 집 창밖으로 건너편 발레학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알리샤(레오노르 발팅)를 발견한다. 오랜 시간동안 어머니를 돌봤지만 어머니의 죽음 후 혼자 남은 그는 알리샤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비오는 날 알리샤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베니그노는 그런 알리샤를 자신의 병원에 데려다 목욕, 화장, 머리손질 등을 시켜주고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극진히 보살핀다. 한편, 여행잡지사 기자인 마르코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담아둔 채 살아간다. 어느날 그는 TV에 출연해 전 남자친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여자투우사 리디아(로사리오 플로레스)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고 취재를 명목으로 그녀를 찾는다. 둘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사랑에 빠지지만 리디아는 투우경기중 당한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두 남자 베니그노와 마르코가 처음 만난 곳은 무용극 '카페뮐러'의 공연장. 베니그노는 공연 도중 눈물을 흘리는 마르코를 바라보며 그의 눈물에 공감하게 된다. 둘은 병원에서 여자친구를 보살피던 중 서로 외로움을 달래주며 친구가 된다. 하지만 마르코는 끊임없이 알리샤와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을 나누는 베니그노와 달리 자신이 리디아와 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데… 두 남자의 섬세한 감정이 중심이 되는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남성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심심치 않은 구성, 후반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때문인 듯하다. 순진함이 지나칠 정도지만 운명의 여자를 만나 모든 것을 다 줄만큼 헌신하는 베니그노나 거듭 혼자 남게 되지만 세상에대한 따뜻한 시선을 버리지 않는 마르코도 매력적이고 영화속 흑백무성영화 「애인이 줄었어요」나 피나 바우쉬의 무용극 '카페뮐러', '마주르카 포고'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하지만, 강간범에 대한 동정적 묘사는 관객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 감독은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로 알려진 페드로 알모도바르. 아카데미영화제 각본상과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유럽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돼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18세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2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