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는 맨 사람의 취향과 성격은 물론 상황과 분위기를 대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록색 넥타이를 즐겼고, 지난 대선 때는 모든 후보가 눈에 띄고 진취적으로 보이는 빨간색을 선호했다. 국내에선 올봄 핑크색이 잘 팔린다지만 전쟁 중인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파월 장관은 결연한 느낌의 청색 줄무늬나 체크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법원이 남자에게만 넥타이를 강요하는 건 성차별이라고 판결했다는 뉴스가 나온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넥타이는 절제의 상징'이라고 했다는 소식은 넥타이의 효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영국의 경우 공공상업서비스 노조는 판결을 환영한 반면 주정부쪽에선 계속 직장인다운 차림을 요구하겠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거니와 캐주얼을 입으면 분방해지고 정장을 하면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벤처붐이 한창일 때 불었던 캐주얼과 노타이 등 복장파괴 바람이 경기 악화와 함께 정장으로 U턴했다는 것도 '옷과 자세'의 상관관계를 전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진 않다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이므로 넥타이를 매고 일해야 한다는 것과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와 도덕적 엄격함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의 취임사가 그것이다. 복장문제는 이처럼 사람에 따라 생각이 모두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넥타이도 마찬가지다. 흰색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단정히 매면 깔끔하지만 한여름에 넥타이를 매고 윗도리까지 걸쳐야 하는 건 고역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초 노타이 남방 차림이 유행했으나 관 주도 냄새 탓인지, 촌스러웠는지 곧 사라졌다. 넥타이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도록 목에서 묶어두는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웬만큼 화가 나도 넥타이를 다시 매면서 "참아야지"한다는 것이다. 품위와 당당함,절제와 자신감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중요한 건 넥타이 착용 여부보다 도덕적 엄격함과 신중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