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의 장기화 전망으로 세계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내기업들의 경영실적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부진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자동차, 전자업계나 유가상승과 승객 감소의 이중고를 겪는 항공업계는 1.4분기에 이어 당분간 상당폭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수주량이 급증한 데다 환율 상승의 호재까지 겹친 조선업계는 실적이 대폭 호전돼 침체일로를 걷는 국내 산업계에 다소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자동차.가전 판매량 '내리막길' = 31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와 전자업계는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및 수출의 위축으로 1.4분기 실적이 전분기나 지난해동기에 비해 나빠진 모습이 뚜렷하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자동차업체의 판매대수는 1월 25만3천843대, 2월 24만2천81대에 그쳐 지난해 12월의 28만4천939대 이후 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3월 들어서도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자동차 등 자동차 5사의 다양한판촉활동에도 불구하고 20일까지 내수판매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0.8% 늘어나는데그쳤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김학주 자동차.운송팀장은 "자동차 수요가 2월부터 급속히위축된 데다 3월 들어서도 이라크전쟁 영향으로 부진을 면치 못해 1.4분기 실적은전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내수위축으로 휴대폰 영업마진이 축소되고 에어컨 예약판매가 부진한 데다 D램 수출가격 하락과 원화가치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1.4분기 순익이 작년의 1조9천원에서 3천억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하이닉스도 하이디스의 매각 등 자산처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가격하락의 여파로 지난해 4.4분기와 비슷한 7천500억원의 매출에 3천-4천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할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G전자는 휴대폰 수출 증가와 자회사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흑자반전으로 올 1.4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 항공.건설, 전쟁 '직격탄' = 항공업계는 이라크전에 따른 유가상승과 국제선여객수요 감소 등으로 지난해 1.4분기보다 매출, 영업이익 등 전반적인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비수기가 시작된 2월말이후 이라크전까지 겹치면서 3월들어 국제선탑승률과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포인트와 16%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등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상승에다 이라크전 영향으로 3월들어 중국을 제외한 전구간 탑승률이 60%대의 저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기존 수주분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1.4분기 매출이나 이익에 큰변화는 없지만 향후 실적을 좌우하는 수주가 급감하고 있어 경영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이라크전의 여파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권에서의 공사 발주가 급감, 지난해 1.4분기(19억2천만달러)보다 67%가 줄어든 6억4천만달러의 극히 저조한해외건설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내수주에서도 대림산업이 올 1.4분기 주택부문 수주를 한건도 올리지 못하는등 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화섬업계도 유가 상승으로 원료가가 급등했지만 제품가격은 아직 오르지 않아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내수 위축으로 의류업계의 실적악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 조선업계, 수주 급증에 '함박웃음' = 다른 업종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것과 달리 조선업계는 세계 조선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주가 급증, 사상 최대의 실적마저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2월 수주량이 14억1천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3억5천100만달러)보다 무려 4배로 늘어났으며 삼성중공업도 1-2월 11억 달러의 수주를 달성, 지난해의 두배에 육박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 1.4분기 수주예상액이 20억달러로 최대 호황기였던 2000년 1.4분기(9억달러)의 두 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의 1~2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3%, 71% 늘어나는 등 조선업계의 1.4분기 실적은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유가상승에 따라 수요가 감소했지만 단가는 3-4% 상승,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국제석유제품가 폭등으로 석유수입사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정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K㈜의 경우 1월과 2월 매출액이 각각 1조3천576억원과 1조3천6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0-4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크게 늘었다. 철강업계도 세계 철강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내수시장 열기도 식지 않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포스코의 경우 3조1천억여원 매출에 7천5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INI스틸은 8천9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745억원, 동국제강은 5천3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470억원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