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일도 안하면서 시끄럽기만한 공무원은 C급,그냥 일을 안하면 B급,힘들더라도 해내는 공무원은 A급입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터널 등 주요 국책사업들은 어느 쪽이든 빠른 시일내,가능하면 상반기 중에 결론을 내주세요." 건설교통부가 청와대에 올해 업무보고를 한 27일.보고를 마치고 돌아온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책사업에 대해 "국민이 최대한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달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건교부는 13쪽 분량의 보고서를 들고 청와대에 갔다. 그러나 여기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천성산·금정산터널,서울외곽순환고속도 사패산터널,경인운하 등 사업 지속 여부를 두고 정부와 환경·종교단체간 갈등을 겪고 있는 민감한 현안이 빠져 있었다. 다행히 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지만,난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주기는커녕 사업을 하라는 얘긴지 말라는 얘긴지 모호함만 더 해줬을 뿐이다. 노 대통령이 환경·종교단체를 의식,"사패산터널과 천성산·금정산터널은 현 노선을 백지화하고 환경단체 등과 협의해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경인운하와 사패산터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각각 지난 2,3월에 사업지속여부를 결정내기로 했던 문제.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도 계획대로라면 작년 6월에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할 수 있으면'상반기 안에 답을 내기로 결정시한이 늦춰진 것이다. "반대하는 측과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해석했지만 언제까지 대화만 하라는 건지 답답하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 생각이다. 이들 모두 당사자간 입장차가 너무 커 협의 자체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 협의절차는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탓에 공사에 필수적인 외자유치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몰렸을 뿐만 아니라 국가신인도 하락까지 우려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