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스트리트 등 서방 금융권에서는 지금 '이슬람 배우기'가 한창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슬람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이라크전쟁 이후 몇년동안 이슬람 금융시장은 연평균 12~15%의 고속성장을 할 것"이라 전망하고 "기존 시장의 축소로 고민하고 있는 서방 금융권이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10억명이 넘는 이슬람 교도들이 전세계 금융회사에 예치한 자금은 1천8백억달러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현재 미국의 씨티그룹,영국의 HSBC와 스탠더드 차터드,독일 도이체방크 등이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초기단계로 이슬람 학자들을 채용해 이들로부터 독특한 이슬람 시장의 특성을 배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들이 이슬람 학자를 우선 채용하는 것은 이슬람권의 금융 관행이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슬람 국가의 종교법은 금융회사들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따라서 서방 금융시스템의 핵심인 이자 지급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도박 포르노 주류관련 기업과 돼지고기 생산판매 기업에 대한 투자도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규정을 잘 알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세계의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 각종 금융상품이 이슬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주는 종교전문가들로 구성된 '표준위원회'를 두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