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바그다드 목전까지 진격해 들어가면서 필연적으로 바그다드를 무대로 벌어질 시가전에 대한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군이 항복하지 않는 한 흔히 `공중전화 부스속의 칼싸움'에 비유되는 도시전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그만큼 피아간에 희생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한 부대가 한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전체 부대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명손실이 초래된다는 군사이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한번도 이같은 대가를 치른 적이 없는 미군으로서는 새로운 전략과 훈련,지나치리 만큼 치밀한 주의와 행운으로 이런 상황을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 연합군은 이미 한 영국군 병사의 표현처럼, 제대로 된 훈련은 받지 못했지만 우정의 손길을 내밀다가 곧바로 총을 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을 지닌 이라크의 도시전 비정규군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군은 지난 나흘간 남부 전략 요충지인 움 카스라를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펼쳤으나 이라크군의 저항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또 인구 130만명의 바스라시 외곽 비행장과 교량을 접수한 뒤 시내로 본격 진입하려했으나 반격에 나선 이라크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바스라는 그러나 바그다드의 축소판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방어태세가 구축돼 있는 인구 500만명의 도시 바그다드는 이번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요체다. 연합군이 `바그다드 요새'에서 이라크군과 전투를 벌이게 될 경우 수많은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민간인이 도로에 있는 상태에시가전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만 위험 지역에 대한 습격 작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전 과정에서 연합군이 떠안는 위험성 외에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할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지난 1993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불과 17시간동안 전개된 시가전에서미군 18명이 전사하고 1천명이 넘는 소말리아인이 목숨을 잃은 바 있는데, 이중에민간인이 다수 포함돼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미군 제 3보병사단은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동안 상가지역을 활용, 게릴라 공격을 가한 알-쿠드스 무장대원들과 교전하기도 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 미군 대대장은 "알-쿠드스 무장대원들은 민간인 복장을 한 채 민간인 차량을몰며 상가지역 전체에 산재해 있었다"면서 "그들은 미친 인간들로, 민간인의 집을접수하고 그들을 내쫓았다"고 말했다. 일부 미 군사 전략가들은 `바그다드 요새'는 막대한 희생없이도 점령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예비역 해병 대령 밥 워크는 "나는 바그다드가 스탈린그라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는100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그는 이라크 공화국수비대가 바그다드 외곽에 배치돼 있다는 점은 공습을 통해이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 분석가 존 파이크는 지휘부 폭격, 탱크 진입, 항공로 장악 등 3단계 작전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런 3가지 작전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이라크 국민은 이라크가 새로운 관리 체제하에 있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랜디 갱글 예비역 해병 대령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 수천명이 전사하고 베트남전 때는 호치민에서 수백명이 사망하는 등 가장 심각한 미군의 인명손실은도시전에서 발생했다면서 야전에서의 공격군 인명 손실이 10%인 반면 도시전에서는30%가 죽거나 부상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며 시가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