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를 향한 연합군의 진군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이라크공격 전략'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성급한 지상군 진격으로 보급로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연합군의 전술.전략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상군 진격속도 등이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지나친 속도전이 자충수 =무엇보다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내세운 '속전속결'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연합군은 국제사회의 반전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인명피해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초단기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공습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지상군을 투입한 것도 연합군의 이런 초조한 심정의 반영이다. 지상군 투입 3일만에 쿠웨이트 국경에서 3백50여㎞를 북진, 1주일이면 '바드다드 입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였던 연합군의 기세는 '허술한 뒷처리'에 발목이 잡혀 바그다드 남부 80㎞ 지점에서 크게 꺾였다. 연합군측 피해자도 개전 6일만에 1백명(이라크측 주장)을 훨씬 넘었다. 워싱턴타임스는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해방자로 환영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빗나갔다"고 지적했고, 로이터통신은 "등뒤에 적을 남겨둔 채 앞으로만 진군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 취약한 보급로도 복병 =이라크남부에서 바그다드까지의 연합군 보급로는 5백60㎞정도.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연합군이 후방거점 도시들을 완전 장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그다드로 진격함으로써 보급망에 허점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움카르스 바스라 나시리야 등 걸프해역에서 바그다드를 잇는 간선도로에서 이라크군들이 집중적으로 게릴라전을 벌여 연합군의 후방 보급로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연합군의 보급로가 취약해지고 있다"며 "2차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로 불렸던 독일의 에르빈 롬멜장군이 북부아프리카에서 영국의 몽고메리장군에게 대패한 것도 보급로 차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지상군 병력 부족 =연합군은 이번 남부지역 지상전에 3만여명을 투입했다. 전체 병력수도 38만명(추가 파병예정 8만명 포함)으로 91년 걸프전당시(80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첨단장비 성능을 지나치게 맹신한 탓이다. 실제로 연합군은 이번 전쟁에서 걸프전 당시 10%에 불과했던 정밀유도(스마트) 폭탄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였다. 미국 레싱톤연구소의 로렌 톰슨 연구원은 "이번 이라크전은 지난 1세기 동안 미국이 치른 전쟁중 적군에 대한 아군비율이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 '인명희생 최소화' 부담도 발목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연합군의 부담도 작전 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연합군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지상군 진입전에 B52폭격기를 동원한 무차별 폭격을 가하지 않았다"며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총격을 당하지 않는 한 먼저 발포하지 말라는 명령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