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불안'이란 해결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무의식적 갈등이 표출되는 증상이다. 시험ㆍ면접ㆍ신체검사ㆍ연설 등 위험ㆍ고통이 예상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건 그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불안은 있고, 적당한 불안은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 문제해결을 돕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은 극심한 공포와 함께 '공황장애'(panic disorder)를 부른다. 공황장애란 갑자기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발작이 반복돼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내과의사 다코스타가 입원 군인 중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심한 가슴통증을 호소하고 맥박수가 증가하는 증상을 발견한 뒤 오랫동안 '다코스타증후군'으로 불리다 1980년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분류 체계에서 '공황장애'로 지칭됐다. 공황장애가 닥치면 발작이 두려워 백화점이나 지하철역 등에 가지 못하는 '임소공포증'(Agoraphobia)에 시달린다는 게 통설이다. 이라크전이 시작된 뒤 국내에서도 공황장애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라크전이 장기화되면 어쩌나, 북한이 공격하진 않을까, 우리도 죽는 것 아닌가, 애들은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멎는 것 같고 잠이 안 오고 혼자 있는 게 무섭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사람도 순간순간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이렇게까지 불안해 해야 하는데 대한 부아가 치밀다 못해 미칠 듯한 공포감에 휩싸인다. 대구지하철 사건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라크전이 터진데다 국내에서 전쟁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막막함이 더해진 데서 오는 불안 탓이다. 6·25를 경험했거나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듣고 자라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중장년층은 더하다. 전쟁공황 증후군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불안의 이면에 깔린 무의식적 배경을 없애야 한다지만 간단할 것 같지 않다. 진정 기도밖에 딴 도리는 없는 것인가. '리베라 메'(Libera Meㆍ우리를 구원하소서).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