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공격 이틀째인 21일 전 세계 각지에서는 반전·반미 시위가 이어졌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일부 중동국가에서는 반미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비화돼 향후 중동지역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했다. 또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본격화되면서 무기를 버리고 수백명씩 집단 투항하는 이라크 병사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은 세계 각지에서 반전·반미 시위가 잇따르자 보안상의 이유로 재외공관 13곳을 폐쇄했다. 미 국무부는 20일 "구체적인 테러 위협이나 공격과 관련된 정보는 갖고 있지 않으나 시위가 폭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12개 미국 대사관과 1개의 영사관을 잠정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파리의 미 대사관은 폐쇄되지 않았지만 자국민들을 위한 비상 서비스를 제외한 영사 업무는 중단했다. ○…워싱턴DC 뉴욕 런던 등 미국 영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수천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반전 구호를 외쳤다. 독일 베를린과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7만∼10만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특히 중동지역의 시위는 반정부 시위 양상으로 급속히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와 요르단 암만에서는 '독재정권 타도' 등 과격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경찰이 무력 해산시켜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공화국수비대가 미국과 비밀리에 항복 회담을 하고 있다고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NBC방송은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이틀간의 공격으로 이라크 정권 내부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항복 회담은 이미 지난 수개월간 진행돼 왔으며,개전 이후 좀더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항복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NBC방송은 분석했다. 한편 이라크 국경의 핵심 항구인 움 카스르 지역에서는 수백명의 이라크 군인들이 대거 투항해 왔다고 쿠웨이트 국영 KUNA통신이 밝혔다. ○…쿠웨이트 북부지역을 겨냥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이 미군 캠프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져 미 병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첨단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20세기의 유물격인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제대로 요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발사된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 6발 중 2발만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해 요격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몸무게 60㎏, 키 1백60㎝의 체구에 검은색 머리와 구렛나루를 기른 사우디아라비아인 아드난 G 엘 슈크라주마(27)가 테러를 모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 전역에 경계령을 발동했다. FBI는 "엘 슈크라주마가 최근 플로리다에서 비행 훈련을 받았다"며 "그는 알 카에다와 연관성이 매우 높은 인물로 캐나다 트리니다드 등 다양한 여권을 갖고 있다"고 성명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