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역사는 미래를 볼수 있는 수정 거울이다. 미국이 독재자 응징이란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것은 과거 세계의 독재자들과 긴밀히 협력했던 미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대규모 대인살상 무기를 제공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또 지난 1950년대 초부터 1970년대 말까지 이란의 독재군주에게 막대한 양의 대인살상 무기를 제공한 것도 미국정부였다. 또 있다.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베트남과 한국에서,1973년에는 칠레에서,1949년 이전에는 중국에서 독재정권과 손잡고 독립과 민주주의를 갈구하던 국민들을 탄압했던 것 역시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이 이제 와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독재정치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것은 과거 역사를 망각한 철면피같은 행위다. 각국 국민의 자발적 선택에 따르지 않은 민주주의는 사실상 한 나라에 부과되는 국제 독재일 뿐임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강제로 실시되거나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독립과 자유를 기반으로 이룩된다는 것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도출된 결론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개 식민지 국가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커 나가면서 영국의 식민지라는 족쇄아래 겪었던 고통을 다 잊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유엔 헌장도 무시하고 자신을 위협하지도 않는 작은 나라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이상과 가치관에 대해 종언을 고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것은 또 미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민들에게도 커다란 불행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시위는 평화의 열망을 표현한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뜨거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미국정부는 미국 건국의 시조들이 지녔던 이상을 배반하고,다국적 독점기업들을 위한 이사회로 전락했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군부와 석유,금융업계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아 백악관을 장악했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는 많은 유권자들의 호소와 이익을 저버리고 있다. 그대신 독점기업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급급하면서 미국 국민을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거듭 노출시키고 있다. 그 결과 부시행정부는 미국 국내와 해외의 민주주의를 부당하게 짓밟는 "진짜 악의 축(real axis of evil)"이 되고 말았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미국의 행동을 미국적 가치와 동일시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50년대에 중국의 일부 공산당 지식층이 소련의 행위를 사회주의의 원리원칙과 동일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중국경제는 미국의 통제아래로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중국에도 더 많은 민주화와 인권,그리고 자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국민은 미국의 가르침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중국의 국익이 미국의 손에서 놀아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미국의 일방적인 가르침을 원치 않는다. 정리=이정훈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한 더취앙 베이징대 항공우주학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 "War in Iraq would betray American value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