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구두를 "패션의 마침표"라고 한다.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있어 구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 봄에는 구두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미니스커트 열풍 덕에 시선이 상체보다 아래쪽으로 쏠리게 됐고 자연히 구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번 시즌 구두 디자인의 포인트는 굽과 끈이다. 굽은 아주 높거나 아주 낮다. 어중간한 높이는 다리가 굵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치마를 선호하는 여성들에겐 일단 관심 밖이다. 여느 때보다 발 볼과 발목을 휘감는 끈 장식이 늘어 났다. 발등에 리본과 코르사주 등 여성적인 장식이 달린 디자인도 인기를 끈다. 구두 코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뾰족해졌다. 발가락 부분이 뚫렸거나 아예 끈으로만 엮인 샌들이 대세를 이룬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가늘고 날렵하다. 올해 봄.여름 구치 패션쇼에서는딱 한가지 디자인의 구두만 무대에 올려졌다. 이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톰 포드는 44가지의 서로 다른 스타일에 실버 컬러 하이힐 하나만을 매치시켰다. 발가락 부분과 발꿈치 부분을 도려낸 스타일.이 구두는 톰 포드가 "마릴린 먼로 힐"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섹시한 멋을 풍긴다. 그런데 실버컬러 구두가 "쇼 용"으로는 괜찮지만 일상에서는 너무 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구치코리아 홍보실의 오소림 대리는 "은색은 블랙 핑크 블루 등 어떤 컬러와도 잘 어울린다"며 "미니스커트와 어울리면 섹시한 멋을 극대화하고 꽃무늬 쉬폰 소재 치마와 함께 한다면 한결 우아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발목을 끈으로 조이거나 종아리 부분까지 끈 장식이 있는 샌들을 신으면 다리가 길고 날씬해 보입니다. 단 스타킹은 금물이에요. 맨 살 위에 신어야 제격이죠." 구치처럼 골드 실버 등 메탈 컬러로 미래적인 이미지를 추구한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세르지오 로시,보테가 베네타,아 테스토니 등은 소재 본래의 질감과 컬러를 강조해 에스닉한 멋과 고전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세르지오 로시는 타조 가죽 펌프스와 앵클 스트랩 샌들을 판매중이다. 나무 단추,가죽 수술과 고리로 주변을 장식하고 색상은 천연가죽 색상을 그대로 사용했다. 보테가 베네타도 가죽 소재의 하이힐과 납작한 슬라이드를 내놓았다. 색상은 크림과 꿀,계피,버터스카치,바닐라 등이다. 자연식품의 색감을 살리려 노력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아 테스토니 또한 컬러 모티브를 딸기,꿀,짙은 초콜렛 등 식품에서 잡았다. "자연미는 패션의 영원한 주제입니다. 올 봄 에스닉 스타일의 특징은 소재의 거친 느낌은 살리면서도 형태는 심플하고 미끈하게 잡아준다는 겁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멋을 풍기죠."(세르지오 로시 홍보팀 이지영 과장) 컬렉션을 통해 발랄하고 건강한 50,60년대 소녀 이미지를 재현한 루이비통은 11cm 굽의 하이힐을 선보였다. 반짝이는 에나멜 소재에 연한 보라색,게다가 리본장식까지 더해져 여성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회사 홍보실의 박주혜 과장은 "물방울 무늬 미니스커트나 원피스,종아리 길이의 슬림 팬츠,발목 부분을 고무줄로 처리한 카고 팬츠 등 귀엽고 여성적인 옷과 특히 잘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발등 위에 화려한 모노그램 꽃무늬 장식이 달린 통(thong,슬리퍼 형태의 납작한 구두),가죽 끈 꼬임 장식이 특이한 스트랩(strap) 등을 이번 봄 시즌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설현정 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