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리스크 확산‥1弗=1240원 육박] "換투기꾼 공습인가" 당국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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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로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국가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원화가치 급락)하고 있다.
반면 엔화 가치는 강세를 유지, 지난달만 해도 1백엔당 9백80원대던 원.엔 환율이 10일에는 1천60원대로 치솟아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기야 외환당국은 환투기 세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수출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국내 경제에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북핵 리스크'가 심각하게 부각되면서 일본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았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점차 신뢰를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환율 왜 뛰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나흘 동안(거래일 기준) 45원이나 급등했다.
북핵 리스크에다 국내 경기전망이나 외환수급 사정도 원화 가치 약세(환율 상승)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북핵문제가 갈수록 꼬이는 데다 무역수지가 두 달째 적자여서 외환시장이 공급우위에서 수요우위로 급속히 돌아섰다"며 "달러 선물환 매도로 환위험을 회피했던 수출업체들이 앞다퉈 손절(損切)을 위한 달러 사자에 나선 것도 이날 급등세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라크전이 임박하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돼 엔화는 이날 달러당 1백16엔대로 내려갔다.
원화와 엔화가 반대로 움직이면서 원.엔 환율이 가파른 상승커브를 그린 것이다.
◆ 투기세력 움직임 주시
최근 환율 급등세는 뉴욕의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촉발됐다.
지난 3일만 해도 1천2백원 밑에서 거래되던 미 달러화 1개월물이 지난 주말(7일)엔 1천2백29원까지 솟구쳤다.
국내 경제여건이 취약해지면 곧바로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게 역외 투기세력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구두 시장개입'을 통해 이례적으로 '역외 선물환시장'을 지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을 경고한 것이다.
2001년 4월 초 달러당 1천3백65원까지 치솟았을 때 한은의 전격 시장개입(달러 매도)으로 환율이 급락, 환투기 세력들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본 선례가 있다.
◆ 환율 급등의 명암
환율의 갑작스러운 오름세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부담거리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원화가 불안한 모습을 지속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조기에 이탈할 수 있다"며 "대기업들도 올해 평균 1천1백50원선으로 잡았던 환율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등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외화 차입이나 수입이 많은 항공 정유 등의 업종은 고유가·고환율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수출만 놓고 보면 일본과 경합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품목들의 수출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김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저평가되면 한국 수출품의 단가가 일본 제품보다 낮아져 수출전선에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 언제까지 오를까
지정학적인 불안감에다 국내 경제 상황이나 시장수급에 비춰 환율이 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나 무역수지 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환율이 오르더라도 변동성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천2백50원을 넘겨 계속 뛸 경우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예상되고 이라크전 개전이 임박해 엔화와 고리를 끊은 채 원화만의 '나홀로 약세'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오형규.안재석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