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성격이나 행실이 형편없는 사람을 가리켜 "개차반"이라고 하는 데 이 개차반은 무슨 뜻일까.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할때 흔히 쓰이는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또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 쌀을 사올 때 왜 "쌀 산다"고 하지 않고 "쌀 팔아온다"라는 표현을 쓸까. 이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위의 말들이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임에도 그렇다. 이같은 말들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말뜻의 일부는 알 수 있지만 왜 이런말이 사용되고 있는지 속시원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국어사전은 단어의 풀이에 비중을 둘뿐 말의 유래나 본뜻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이재운 편저,책이있는마을,1만9천원)은 이처럼 우리가 자주 쓰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거나 어렴풋이 아는 정도에 불과한 우리말들의 어원과 바뀐 뜻을 상세하게 풀이한 책이다. 차반은 원래 맛있게 잘 차린 음식이나 반찬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개차반이란 개가 먹는 음식,즉 "똥"을 점잖게 비유한 말이다. 이 말이 성격이 아주 나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바뀐 것이다. 을씨년은 1905년 대한제국이 외교권을 일제에 빼앗긴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 이 때부터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말이 바뀌어 "을씨년스럽다"고 됐다. 또 강강술래나 행주치마가 이순신장군이나 권율장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민간어원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설명도 흥미롭다. 책은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말을 순우리말,한자어,합성어,고사성어.사자성어,속담.관용구,일본식 한자어,외래어,은어등 8개의 범주로 나눠 알기쉽게 풀이했다. 이 책은 또 사전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각각의 말을 마치 이야기하듯 평이하게 풀이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소설 토정비결"의 저자이기도 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은 소설을 쓰던중 우리말중 뜻이 명확하지 않은 어휘가 너무 많아 저자 스스로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휘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아야 할 소설가도 이렇게 불편한데 일반인은 오죽할까 싶어 특이한 어휘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양한 어휘를 모으고 풀이 작업을 거쳐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