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이후 세계 부동산 경기거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부동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엇보다 세계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것은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상당기간 계속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금융부채를 통해 부동산 등 실물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소위 '채무-디플레이션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확산되면서 부동산값이 크게 오르는 것이 관례다. 과거와 다른 것은 이번에는 재료가 있는 지역은 가격이 높아도 더 오르는 '차별화 장세(nifty-fifty)'가 두드러지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투기적인 요인이 아니라 실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이 점은 우리보다 다른 나라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부동산값 급등으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이 문제는 우리를 포함해 일부 국가들이 이미 부동산 규제에 나서고 있고 이번 그린스펀의 발언을 계기로 당분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이번 경기회복이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경제뿐 아니라 국내경기, 세계경제가 이중침체(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주가가 10% 상승할 경우 소비는 0.3% 증가한다. 반면 부동산값이 10% 상승하면 소비 증가율은 0.6%에 이르러 2배나 된다. 그동안의 주가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를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다. 갈수록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와있고 △금융기관들의 주택자금 부실화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정보기술(IT)→주가→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이어져온 일련의 거품 붕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 부문도 거품 붕괴는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부동산 거품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금리를 인상하거나 고용사정 악화로 소득이 줄 경우 부채가 급증한 가계를 중심으로 보유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 거품경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부동산값 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투기적 징후가 거의 없고 지금의 경제여건에서 당분간 금리 인상도 어려움에 따라 아직은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고령인구비율 증가 등으로 부동산 경기의 활황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천70만 가구중에서 76%,35∼40세인 2천4백40만 가구중의 67%가 자가 소유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자가 소유에 따른 주택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우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借換)이 둔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이 낮아지는 이른바 '질서 있는 진정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으로 전환될 것으로 주요 부동산 관련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거에도 부동산값이 급상승한 이후 절대가격 수준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지는 데 그쳐 절대가격 수준은 평탄한 고원(高原)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세계적인 자산디플레와 세계경기가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번에는 기우(杞憂)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