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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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세계는 미워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강하면서도 겸손한 국가가 된다면 세계는 환영할 것이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지난 2년여간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직후 교토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1972년 구소련과 체결했던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협정(ABM)을 파기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일방주의적인 외교를 펼쳐왔다.
그리고 이같은 행태는 최근의 이라크사태에서 보다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왜 이같은 강경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구사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팀이 강경 보수주의자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딕 체니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폴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똑같은 강경 보수주의자로 분류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이들 모두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추구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3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는 현실주의자(realist)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대표적 인물이다.
두번째는 체니와 럼즈펠드 등과 같은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이다.
마지막으로 월포비츠를 필두로 하는 신보수주의자(neo conservatives)들이다.
여기서 두번째 그룹과 세번째 그룹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상 '매파(hawk)'라는 이름 아래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것과 달리 이들 두 그룹은 미국의 대외 전략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체니 등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다.
미국의 안전과 관련된 국제문제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월포비츠와 같은 신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국토안보는 세계 패권전략의 부분일 뿐이며 미국의 패권은 국제사회의 도덕적 선을 지키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결정지은 것은 극단적 민족주의자들과 신보수주의자들간에 형성된 '보수연합'이다.
대외정책에 대한 기본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양자는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행보를 제약하는 다자주의와 국제협약을 거부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는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민족주의자들의 힘이 신보수주의자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역학관계는 9·11 테러를 거치면서 역전된다.
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 직후 미국민들에 고조된 공격적인 애국주의에 힘입어 행정부내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같은 현상은 대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보다 분명해진다.
신보수주의 진영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인 로버트 카간은 "한국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대공산권 정책이 본격화된 것처럼 9·11테러는 '신보수주의 혁명'의 길을 열어줬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적 대외정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그리고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건 부시 대통령은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의 대외 정책을 크게 변화시킨 인물로 평가받을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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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파이낸셜타임스 3월6일자에 실린 'America's democratic imperialist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