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부터 도입되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 판매)가 한국 금융시장에 '과연 어느 정도의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에서처럼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유럽같이 태풍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대부분 국내 보험회사들은 미풍에 머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은행이나 외국계 보험사들은 후자를 선호한다. 은행은 수익기반을 더욱 넓힐 수 있기 때문이고 외국계 보험사는 시장 침투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AT커니가 실시한 설문조사는 방카슈랑스가 '상당히 센 바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보험상품 구입과 관련, 금융소비자의 39.6%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경우 은행 창구를 통해 선보이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더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구입.관리가 편하고(33.7%), 믿을 만하다(27.7%)는 이유로 은행을 선호했다. 반면 설계사가 판매하는 기존 보험상품에 대해선 25.4%만 구매의사를 밝혔다. AT커니는 "연령이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가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40대 연령층과 금융자산 규모가 1억∼2억원인 계층, 월소득이 3백만원 이상인 그룹에선 50% 이상이 은행에서 보험거래를 하겠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들은 또 보험상품이 은행채널을 통해 판매될 경우 보험료가 더 싸지고(49.0%), 서비스도 보다 개선될 것(40.2%)으로 전망했다. 지금보다 가격과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각각 18.4%, 23.6%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설문에 응한 은행.금융지주회사 종사자의 70%는 방카슈랑스가 향후 은행 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향후 은행창구에서 판매될 보험상품의 비중은 41.4%까지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보험사 종사자들의 경우 기존 보험사 채널(설계사 등)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50%)고 답하긴 했지만 채널별 보험 판매 비중과 관련해선 은행 창구 비중이 22.4%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사 직원들은 특히 방카슈랑스 이후 보험업계에 불어닥칠 변화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대해 외국계 보험사의 영향력 증가(63.2%)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쟁력 약화(57.9%)가 거론됐다. 방카슈랑스에 대한 보험사들의 우려와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AT커니는 이같은 설문조사를 종합할 때 국내 보험시장에서도 방카슈랑스를 통한 은행의 시장 침투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보험개발원은 보험판매 채널중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0.4%에서 2005년 3.9%, 2007년 8.6%, 2008년 12.2%로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AT커니는 방카슈랑스를 계기로 성공적인 사업기반 확대를 이뤄낸 해외 보험사도 적지 않다며 이를 벤치마킹할 것을 국내 보험사들에 권했다. 영국의 생보사인 리걸앤드제너럴(Legal & General)의 경우 바클레이즈 은행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사업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포티스(Fortis)는 상품특성별 판매망을 차별화하고 통합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베넬룩스 지역에서 방카슈랑스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AT커니측은 설명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