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내수위축 등 경기 둔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이 36.2%에 달해 경제성장의 촉매제가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3.4%로 전체 성장(6.2% 추정)의 절반을 웃돌았다.


그러나 올들어선 수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됨에 따라 수출단가와 생산원가 상승으로 교역 조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두 달 내리 적자 늪에 빠지는 바람에 경제운용 전반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 교역조건 악화된다


작년 수출단가는 전년보다 3.8% 낮아진 반면 수입단가는 4.6%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교역조건이 0.8% 가량 개선됐고 수출액은 8.0% 증가했다.


그러나 올들어선 고유가 폭풍으로 수출입 물가가 급등, 수출 경쟁력을 급속히 갉아먹고 있다.


원유 도입가격이 작년 1월 배럴당 18.85달러에서 올 1월엔 27.80달러로 8.95달러(47.5%) 오른 탓에 1월중 수출 물가지수는 5.4%, 수입 물가지수는 11.8% 각각 상승했다.


1월만 놓고 보면 교역조건이 6.4%나 나빠진 셈이다.


지난달엔 원유 도입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11.43달러(58.2%) 급등한 31.07달러를 기록, 교역조건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지난 1월(-8천7백만달러)에 이어 2월에도 3억1천7백만달러 적자를 기록, 외환위기를 겪었던 9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 반도체.컴퓨터 '흐림', 중국은 '맑음'


한국의 대표 상품인 반도체는 DDR-D램 현물가격 하락으로 고전중이다.


2백56메가 DDR-D램 값이 지난해 11월 개당 8.12달러에서 지난달엔 3.76달러까지 폭락했다.


이 여파로 2월중 반도체 수출 증가율(5.7%)은 작년 5월(6.5%) 이후 9개월만에 한자릿수로 주저 앉았다.


컴퓨터 수출도 5.1%나 뒷걸음질쳤다.


반면 2월중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63.4%나 급증하면서 반도체를 제치고 처음으로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했다.


수출효자 품목인 자동차도 큰 폭의 증가세(35.3%)를 이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지난달 1~20일중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1%나 증가한 14억6천만달러에 달했다.


휴대폰(4백90.6%)을 비롯해 철강(1백10.1%) 일반기계(94.8%) 섬유류(71.1%) 전자부품(69.1%) 등 대부분의 품목이 호조세다.



<> 수출 증가율 둔화될 듯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20%대를 기록한 수출 증가율이 이달엔 10%대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유가 사태의 주요인인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이달에도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기약없이 지연되거나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세계경기 급랭에 따른 수출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전쟁이 단기 국지전으로 끝나더라도 당장 수출 전망이 밝아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데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등 해외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는 탓이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단기적으로는 미.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고유가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경쟁력이 수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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