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대기업그룹과 공기업들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계획을 발표함으로써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공정위가 조사계획을 미리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시기적으로 새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공정위가 전례없이 조사계획을 사전 발표한 것을 두고 해당 기업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한 배려 차원인지, 아니면 보다 강도 높은 '사정(司正)'을 예고하는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부터 기업들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조사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대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례 조사'가 제도화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게 재계의 우려다. ◆ 그룹별 7∼8개사 조사할 듯 장항석 공정위 조사국장은 "그동안의 조사로 부당 내부거래의 폐해가 어느 정도 시정됐으나 그 관행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법은 더욱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의 거래 관행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셈이다. 공정위는 조사국 인력 35명외에 다른 부서로부터 20∼30명을 지원받아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6개 그룹의 경우 공정위 조사인력을 감안할 때 그룹당 7∼8개 기업이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현대계열 3개 그룹이 한꺼번에 포함된 것은 조사대상 기간(2000년 1월∼2002년 12월)이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이 현대에서 계열분리되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공정위측은 설명했다. 사실상 자산순위 4대그룹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이달내 대상 기업을 확정해 내달초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4분기에는 내달 1일 새로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자산 2조원 이상)에 지정될 공기업들이 조사를 받는다. 이미 민영화된 포스코와 KT 등이 빠지고 한전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7개 기업 가량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 공기업에 대해서는 부당내부거래 외에 '거래상 지위남용' 등도 살펴본다는 방침이어서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어 4.4분기에는 삼성 등 6개 그룹과 공기업들을 제외한 자산기준 상위 10대 그룹이 '내부거래 공시이행'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실시된다. 공정위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중 본격 부당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 재계, "빨리 끝내달라"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하면서 사전예고를 하는 것은 전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조사대상 기업의 범위를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거나 이상징후가 포착된 경우로 한정해야 선의의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의 SK그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사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대기업 전반의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대한 조사를 빨리 마무리지어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