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경영혁신에 중점을 두어 왔다. 경영혁신의 기반을 갖추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느라 6시그마의 시작은 다른 기업들보다 빠르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캠페인성 행사가 아닌 탄탄한 기반위에서 실행한 6시그마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으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6시그마에 착수하기에 앞서 지난 1994년 경영혁신인 프로세스이노베이션(PI)과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추진했다. 그동안 해왔던 질보다 양 위주의 경영, 수익보다 외형성장에 치중한 경영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경영시스템을 선진기업형으로 재정비하는 혁신의 출발이었다. 97년 삼성전자의 지휘봉을 잡은 윤종용 부회장은 "아직 6시그마를 받아들일 토양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프로세스(process) 직원(personnel) 생산(product) 등 3개 부문의 경영혁신을 가속화하는 3P운동을 선결과제로 제창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주창한 93년부터 98년까지를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99년 어느 정도 경영혁신의 기반이 갖춰졌다고 평가하고 6시그마의 도입을 선언한다. 윤 부회장은 "경영혁신은 프로세스의 연속"이라며 프로세스를 6시그마 수준으로 향상시켜 "가장 좋게, 가장 싸게, 가장 빠르게" 제품을 만들기 위한 6시그마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연구와 교육을 전담하는 6시그마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임원대상으로 블랙벨트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6시그마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상무도 여기에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시그마의 모델이 되고 있는 GE에 임직원들을 보내 입체적인 벤치마킹을 실시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또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접속 가능한 인트라넷 사이트 '시그마 파크'를 활용,정보를 공유하고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6시그마의 특징은 일하는 방법을 표준화하고 기존에 해왔던 혁신활동과 접목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 기존 혁신활동을 접거나 혁신활동의 기반없이 6시그마에 매달려 성과를 내지 못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6시그마가 경영혁신의 핵심으로 정착하면서 휴대폰 노이즈 방지용 부품 개선, 화물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배송체계 단순화, 신규부품 승인 및 이력관리 업무개선 등 지난해 4천7백20건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재무성과 8천억원, 전문가 양성 5천8백명 등 당초 세웠던 추진목표도 달성했다. 윤 부회장은 "임직원의 10%를 블랙벨트화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목표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