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을 비롯한 모든 물건을 반값에 판다던 인터넷쇼핑몰 하프플라자가 폐쇄되면서 피해자가 9만여명에 이르고 피해액이 1백5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돈을 미리 낸 뒤 물건이 한달 뒤에 배달된다는 데도 싸게 사려는 욕심에 혼수비까지 지불한 사람이 있었다는 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런 대형사건 외에도 매년 이맘 때면 부쩍 늘어나는 일이 있다. 고등학교를 갓졸업한 새내기 직장인이나 대학신입생들이 길거리에서 무료로 얼굴마사지를 해준다거나 설문조사에 응해 달라는 말에 따라나섰다 비싼 화장품이나 마사지기 월부교재 등을 억지로 떠안는 것이다. 길에서 붙잡히는(?) 경우 외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특별히 당첨됐으니 싸게 해주겠다'는 말에 넘어가는 수도 적지 않다. 가장 흔한 건 길에서 접근해 얼굴맛사지 한번 받아보라고 한 다음 이를 빌미로 비싼 화장품을 안기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의 경우 맛사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관심을 보이다 말려드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판매하는 화장품이나 맛사지기의 가격은 황당하다. 40만~50만원어치는 약과고 보통 70만~80만원, 심지어 1백만원어치가 넘기도 한다. "피부는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 "마사지 한번 받는데도 10만원이 넘으니까 화장품은 사실 공짜"라는 식으로 유혹한 뒤 너무 비싸 머뭇거리면 다른 사람들은 훨씬 많이 샀다며 경쟁심을 자극하는 방법까지 동원한다. 결국 대부분의 보통 새내기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십만원어치의 화장품이나 마사지기 등을 사게 된다. 두번째 방법은 설문조사에 응해 주면 사은품을 주겠다고 붙잡은 뒤 화장품이나 비싼 교재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두번 겪어본 사람은 안넘어가지만 처음인 경우 비슷한 또래의 판매원이 '공짜나 다름없이 싼 것'이라는 식의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면 마음이 약해져 신용카드를 내밀게 된다. 이밖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행사에 당첨돼 할인해 준다'는 말에 혹해 터무니 없이 비싼 물건을 사거나, 사은품 줘야 하니 인적사항과 카드번호를 불러달라는 수법을 모르고 주소와 전화번호 카드번호를 알려줬다 엉뚱한 회원가입비나 물품대금을 청구받는 일도 있다. 최근엔 심지어 혼자 우울한 얼굴로 지나가는 여대생에게 접근, "학생 주위에 어두운 기운이 꽉 차 있으니 막아야 한다"며 차 종류를 30만~40만원에 판매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이든 잘못 산 걸 알고 해약하려 하면 영업사원이 퇴사해 모른다거나 포장을 뜯었으니 안된다고 하는 등 갖가지 핑계 또는 협박으로 거절하거나 과다위약금을 요구, 울며 겨자먹기로 포기하게 만드는 수가 흔하다. 입학 철에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새내기를 대상으로 하는 건 이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는데 대해 은근한 자부심을 갖는 걸 이용하는 셈이다. 바가지 씌우기는 또 대부분 새내기 가운데서도 혼자 다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다. 접근하기 쉬운 데다 혼자서는 중간에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웬만큼 알려진 일들인 데도 새내기치고 한번쯤 안당한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반복되는 건 새내기인 만큼 서로간에 정보교환이 잘 안되는 데다, 대학생 혹은 사회인이 됐다고 가정과 학교에서 무심하게 내버려두고, 그 결과 필요한 교육이나 정보제공을 해주지 않는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새내기들이 비싼 화장품을 사온 뒤 말 못하고 혼자 끙끙 대다가 해약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술 피해를 막자면 대학에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나 학기초 피해유형 및 거리 판매원 퇴치법 등을 알려주고, 가정에서도 '공짜 마사지는 없다'는 것과 만일의 사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가두판매 계약은 10일 이내면 철회가 가능한 만큼 해지를 원하면 업자측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보원에 연락,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건의 경우 포장을 뜯으면 물릴 수 없고 일단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는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