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지하철 정책 전면 재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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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건설 일변도'로 추진돼온 지하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간 다른 교통수단보다 안전하다고 인식돼온 지하철이 '테러수준의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이상 기존 건설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지하철은 민선 자치시대 이후 대도시마다 불붙은 건설 경쟁으로 도시교통 전반에 대한 연구나 관리 인력 및 경영 노하우 축적도 없이 '일단 뚫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돼온게 사실이다.
대부분 지방도시들이 승객 수요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건설을 밀어붙인 결과 지하철은 지방 재정 파탄의 주범이 된 지 오래다.
◆ 안전시설 늘릴 재원이 없다 =현재 지하철이 다니는 곳은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등 4곳.
이들 지하철은 모두 방화에 무방비 상태다.
비슷한 참사를 막으려면 통풍시설 비상등 유도등을 확충하고 객차 방염처리, 지하철역사 전기공급 시스템 보완 등 대대적 개.보수가 불가피하다.
여기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이들 지하철은 모두 적자다.
우선 건설비용이 워낙 크다.
정부가 건설비의 일부를 지원하지만 광주와 대구는 50%, 서울은 40%에 그친다.
정부 지원은 지하철 운행이 시작되면 그나마 전혀 없다.
건설부채는 요금을 받아 갚아야 하지만 '서민의 발'이라는 이유로 이마저 힘들다.
결국 빚을 내 지어 적자 운행하는 상황에서 여유 재원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이문희 부장은 "국가가 안전시설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방재연구소 백민호 박사는 "선진국에선 안전대책이 미흡하면 아예 지하철 건설을 못한다"며 "예산 부족으로 안전에 투자할 수 없다는 논리도 이번 기회에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 지하철 운송수단 역할도 퇴색된다 =서울 1기 지하철 건설계획과 공사를 담당했던 전직 서울시 간부는 "이제는 운송수단으로서의 지하철 기능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계획 당시 8호선까지 완공되면 서울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 36%대에 그치고 있다"며 "짓기만 하면 이용객이 늘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날 때"라고 꼬집었다.
지방 지하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에 '방화 참사'를 입은 대구지하철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객은 14만5천여명선이다.
이는 건설 계획 수립 당시 예상 승객 수의 25%에 그치는 수준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추가건설의 비효율성을 감안해 서울지하철 9호선 등 미착공 노선들을 대상으로 착공 여부나 시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호.주용석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