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윤리경영의 경제학..李定祚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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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화두는 '윤리경영'이다.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다.
물론 윤리경영 도입 바람은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일과성 면피용 구호가 아니어야 한다.
윤리경영은 '신뢰경영'의 중심이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상거래 부패다.
오래 전부터 비난 받아온 관가나 금융계 등의 비리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거래 부패는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상거래 부패가 줄어들지 않는 한 개혁의 핵심 과제인 '분식회계 방지'도 요원하다.
상거래 부패는 투명경영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영수증이 없어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분식결산 문제를 해결한단 말인가.
많은 기업들이 1등제품마저 안 팔린다고 하소연한다.
최고 제품을 만들어도 2등이나 3등제품이 부패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팔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도산기업의 배경에는 부패가 도사리고 있다.
회사의 영업이익에 기여해야 할 많은 부분이 외부인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납품하는 기업으로선 '투명한 회계처리'가 불가능하고 원가 부담이 커서 어려워진다.
납품 받는 기업도 질이 떨어지는 부품을 구입하거나 구입가격이 비싸서 수익성이 나빠진다.
바로 내부의 부패가 기업 도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거래 부패가 적발될 경우 연루된 직원의 퇴출은 물론 관련 기업의 납품권도 제한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보라.상거래 부패가 없으면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고,부품의 품질 개선으로 경쟁력도 높아진다.
상거래 부패를 줄이려면 먼저 노동조합이 앞장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근로 조건 개선도 중요하지만,함께 나눌 빵(파이)을 키우지 않고 권리만 요구해선 곤란하다.
파이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거래 부패 차단이다.
상거래 부패를 차단하는데 노조가 나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모든 계층이 참여하는 노조가 부패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상거래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야 기업이 건전해진다.
많은 외부감사대상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수준에 준조세나 상거래 부패로 인한 비용,막대한 경영활동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평균영업이익률은 세계 수준이다.
일부 문제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고용창출이나 세금납부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사회집단보다 애국하고 있다.
상거래 부패를 없애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동반자인 납품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통해 우리 모두 서로 살 수 있는 '상생의 거래'를 빨리 정착시키자.
정부는 접대비 정책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매출을 기준으로 한 현행 접대비 한도가 너무 적다.
상거래 부패를 정상적인 회계 처리가 가능한 접대비로 흡수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접대비는 축소하더라도 상거래 부패의 올가미를 쓰고 있는 중소기업의 접대비는 대폭 늘려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분식결산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뇌물성 상거래 부패의 차단이 우선 대상이어야 한다.
오랜 부패의 고리를 끊으려면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상거래 부패를 사정 차원에서 다루되,윤리경영에 앞장선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하도급 불공정거래와 함께 상거래 부패의 해소 없이는 '중소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
바로 상거래 부패 때문에 지금도 수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익을 크게 못내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근본 원인도 바로 상거래 부패다.
이익이 적어 급여 등 복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상거래 부패를 줄이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소기업 육성도 상거래 부패 차단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 비밀이 있을 수 없다.
경영환경이 과거와는 너무 다르다는 점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빨리 대응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이다.
trust@hy21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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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